반려동물과의 이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동물을 좋아하시나요? 반려동물을 키워 보신 경험이 있나요?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의 2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니, 상당히 많은 숫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종류는 개(75.6%), 고양이(27.7%), 물고기(7.3%), 햄스터(1.5%), 거북이(1.0%), 새(1.0%)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만큼이나 반려동물 문화도 분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병원은 물론이고 호텔, 수영장, 훈련소, 장례식장 등 다양한 관련 산업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난이라고 여겨지기 쉬웠던 강아지 유치원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단지 주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 소유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에게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하는 것이 사치가 아닌,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입니다. 마당에 묶어 두고 그저 집을 지키며 종일 밥때와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바둑이나 누렁이의 삶이 아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가생활도 즐기고 사회화 훈련도 하며 낮잠 시간도 가지는, 하나의 독립적이고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체로서의 삶을 위한 환경이 점차 마련되고 있습니다.
특히 1인 가구나 2~3인 이내의 핵가족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반려동물은 배우자나 자녀, 부모님 못지않게 중요한 가족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혼자 사는 분들, 인간관계에서 실망하거나 외로움을 경험한 분들, 삶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분들 등 다양한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그들이 주는 무조건적 사랑과 신뢰, 반려동물과의 애착 관계는 여느 사람과의 의미 있는 관계에 견주어 보아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부터 이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경우라도 반려동물을 통해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대화와 교류, 유대감이 강화되고 반려동물을 위해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면서 삶의 반경이 넓어지고 역동성이 커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본인의 건강이 좋아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수명이 짧기에 이별은 언젠가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사,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죽음, 또는 죽음이 아니라도 상황적/환경적 변화로 타인에게 맡기거나 입양을 보내야 하는 경우 등 이별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얼마 전 <캐나다 체크인>이라는 방송을 통해 이효리 씨는 임시 보호했던 유기견들이 입양된 캐나다로 찾아가 눈물의 상봉을 하기도 했습니다. 임시 보호였기에 함께한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그리움과 애착은 컸고, 눈물의 상봉 장면은 보는 사람들도 함께 눈물짓게 했습니다. 댄서 모니카씨도 한 방송에서 전 남자친구와 이별하면서 키우던 강아지와의 양육권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고 결국 반려견들의 행복을 위해 양육을 포기하게 된 사연을 전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다른 반려견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미안함과 그리움이 짙게 남아 있었고, 생각지 못하게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우리에게 많은 감정과 변화를 가져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만큼이나 큰 슬픔과 상실감을 불러일으키지요. 특히 이별한 반려동물과의 애착 관계가 강했을수록 그 후유증 역시 깊게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실로 인한 슬픔과 비통한 마음을 인정하며 잘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 애도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잘 준비하고, 반려동물이 떠난 후 잘 애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죽음에 대한 인식과 수용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져옵니다. 죽음을 앞에 둔 상황 혹은 죽음 이후뿐만 아니라 입양하고 키우는 과정에서도 반려동물이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음을 기억하며, 함께하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순간에 충실히 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끝이 있기에 허무하다거나 슬프다는 생각 대신, 함께 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온전히 현재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자녀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아이들이 헤어짐을 준비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이별로 인한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하기
상실로 인한 슬픔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런 감정들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애도에 도움이 됩니다. 일기를 쓰거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공유한 지인, 혹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사람들과의 모임을 통해 이별에 대한 감정을 나눠 보세요. 기념일을 갖거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보며 그리운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이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반려동물을 소유물로만 여기며 “한 마리 새로 사면 되지.”라는 식의 주변 반응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변에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반려동물이 가족 같은 존재였음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3. 당장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성급한 입양은 피하기
어떤 분들은 이별로 인한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워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전에 새로운 반려동물을 데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급한 입양은 본인에게도, 새로운 식구가 될 반려동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떠나보낸 반려동물과 비슷한 생김새나 같은 종의 반려동물을 입양해 예전 반려동물과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반려동물은 이전 반려동물과는 다른 존재이며, 새롭게 관계 맺어야 할 대상입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은 대개 2~3개월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지만, 때로는 5~6개월 혹은 1년, 수년이 지난 후에도 그로 인한 우울이나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펫로스 증후군 또는 지속성 복합애도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적 개입이 요구됩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잘 준비하며, 반려동물과의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누리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