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감정이 심한 경우, 극복할 수 있을까요?

2024-05-20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개개인마다 어떤 대상에 대해 혐오를 느끼는 정도는 다릅니다. 아래 행동들에 대해 얼마나 혐오감을 느끼는지 생각해봅시다.

- 버스 내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더러운 옷을 입은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애꾸눈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

- 길거리에 누워 있던 노숙자와 악수하는 것

- 얼굴이 엉망인 사람와 엘레베이터를 함께 타는 것

- 비만인 사람이 노출이 많은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하는 것을 보는 것

 

런던 대학교의 발레리 커티스(Valerie Curtis)와 미쉘 드 바라(Michell de Barra)는 혐오스러운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개인의 특징에 따라 그 민감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 행동에 대해 비교적 3개 내외의 항목에서 낮은 수준의 혐오감을 보고했습니다. 다음의 항목도 함께 생각해 보세요.  

- 삶은 달걀에서 미숙한 병아리 태아가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 소의 혀와 볼로 만든 요리가 식탁 위에 올려졌을 때

- 부엌의 구석에서 죽은 쥐를 발견했을 때 

- 시리얼 위에 울퉁불퉁하게 상한 우유를 부었을 때

- 바퀴벌레가 눈 앞을 가로질러 도망가는 것을 볼 때 

 

사진_ freepik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음식이나 동물에 대한 제시문에서 더 큰 혐오감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여성은 10점 만점에 6~7점, 남성은 5점의 반응을 보였고, 임신 초기나 배란기의 여성들이 더 쉽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을 합니다.  

혐오감을 많이 느끼는 것은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으며, 민감성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거나 오랜 노출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맥쿼리 대학의 서프릿 살루자(Supreet Saluja) 연구팀은 촉각과 혐오감에 대한 연구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스크린 뒤에 가려진 15개의 물질을 만지고 느낌을 보고하도록 했는데요, 그 결과 사람들은 그 물질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끈적하거나 기름진 질감에 혐오의 감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이 청소한 이후에는 더러운 물체와 짧게 접촉하기만 해도 오염되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은 이후에도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더 이상 오염물질과 접촉하지 않음에도 혐오의 감각이 지속된다는 것이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역겨움에 대한 반응은 독소나 적대적인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상한 맛이나 냄새, 불쾌한 느낌의 음식을 먹거나 만지지 않도록 하여 질병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것이지요. 본능적으로 느끼는 혐오감은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지속되는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금기 된 행동들은 생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 형태의 직관적 지식(a kind of intuitive social form of knowledge)으로 축적된다고 합니다. 집단에 불리한 행동에 대한 태도를 세대에 걸쳐 사회적 지식 형태로 전수하는 것이기에 진화함에 따라 계속 새로운 학습이 이뤄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정서는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떻게 느끼는지는 무척 중요합니다. 오늘은 일상에서 금기와 규범들을 되돌아보세요. 우리의 혐오감이 좋은 영역에서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기를 지지해 봅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