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외상 후 성장이 가능할까요?

2024-10-09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어떤 사람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과 같은 밀집된 공간에서 호흡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학교나 회사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이라면 이들에게는 해당 장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경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에는 전쟁이나 범죄 사건도 해당할 수 있지만, 어릴 시절 부모님의 이혼이나 사별, 양육자의 비공감적이거나 정서적 공포를 유발하는 학대, 친구 관계에서의 배신과 따돌림, 성적으로 불쾌한 경험, 주변의 과도한 기대 및 압박 등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 중 하나로는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기억, 감정, 사고, 외적인 자극 등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회피 행동은 일시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완화시킬 수는 있으나, 계속해서 PTSD 증상을 지속시키며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다만, 트라우마가 무조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 중 일부는 삶의 위기를 긍정적 변화의 계기로 삼아 오히려 외상 전보다 더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언급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외상 후 성장은 외상 사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고군분투한 결과로 경험하게 되는 주관적인 긍정적 심리 변화를 말하며, 단순히 이전 기능 수준으로의 회복이 아닌 외상 이전의 적응 수준을 뛰어넘는 정도의 성장을 보입니다.

 사람들과 더 친밀해지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며, 대인관계에서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고, 외상 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자각하게 되면서 가치관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외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인함과 새로운 강점을 인식하게 되며, 자기 지각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 삶과 죽음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 고찰과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증가하며 좀 더 성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외상 후 성장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부정적 사건에 초점을 두는 사고 방식이나 부정적 반추 행위를 감소시키는 데 주의를 두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정서적 및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한 외상적 사건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심리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의미 만들기’라고 명명하기도 합니다. 인생 전반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형성하는 것과 특정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데, 해당 과정을 통해 두 가지 의미의 불일치가 해소되면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며 심리적 고통이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트라우마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시어 전문의와 함께 치료를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명제 원장

[참고문헌]  장유빈, 장혜인. (2023). 침습적 반추, 의도적 반추, 의미만들기가 외상후스트레스증상 및 외상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 28(2). 399-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