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허락하지 않는 당신에게 제안하는 전략적 휴식
일상의 시간을 벗어난 회복의 시간 가지기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했나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셨나요? 집으로 돌아온 후에, 느긋하고 이완된 기분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셨나요? 시원한 맥주 한잔에 좋아하는 영화 한 편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나요? 아니면, 제2의 출근이라며 집에 와서도 엉덩이 붙일 새 없이 밀린 집안일과 육아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셨나요?
업무하랴, 상사 눈치 보랴 고단한 하루를 보낸 직장인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책과 씨름하느라 지친 학생도, 육아와 집안일의 무한 굴레 속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려 버린 주부님들도, 오늘 하루 대단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들 바쁘고 고단한 일과를 마친 후에,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누리셨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사실 이렇게 여유와 휴식을 갖는 시간이 우리에게 쉽게 허락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들 ‘너무나 바쁘기’ 때문이죠. 확인해야 할 메일과 메시지부터 이번 달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프로젝트와 과제 그리고 쌓여 있는 빨랫감과 식기들까지. 우리의 응답과 손길을 기다리는 일들은 무궁무진합니다. 도무지 쉬려야 쉴 수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다음 달 프로젝트만 마치면.’ 또는 ‘이번 여름휴가에.’처럼 휴식을 유예하겠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주말이고 휴가고 뭐고 지금 내 형편에 휴가는 사치야.’ 혹은 ‘휴식은 죽은 후에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만약 여러분도 그동안 ‘쉬는 건 너무 불안해서.’ 또는 ‘시간이 나면 그때 쉬어야지.’라고 생각하며 휴식과 여가를 무기한으로 연기하거나, 주말이면 아무 계획도 없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면, 이제는 일상의 틈을 찾아서 좀 더 전략적으로 휴식을 취해 보는 건 어떨까요? 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여러분에게 전략적으로 휴식을 보내는 몇 가지 꿀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1. 계획을 세우기
우리는 일이나 다른 처리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정하거나 계획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막상 휴식을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 시간을 내어 어떻게 보내는 것이 나를 위한 가장 좋은 휴식일지 계획하고 준비하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와 가쁜 호흡에서 벗어나 좀 더 효과적으로 이완하고 충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2. 시작과 끝을 정하기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때로는 즉흥적으로 취할 수도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월요일 퇴근 후 한 시간 명상하기’, ‘일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야외 활동하기’처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집중적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는 시간을 계획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3. 나만의 휴식 목록 작성하기
사람마다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회복된다고 느껴지는 자기만의 지점이나 방식, 활동은 저마다 다릅니다.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여유 있게 산책한다든지,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킨다든지, 아로마 향을 피워 놓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등등. 여러분의 굳은 몸과 마음이 충분히 이완되고 회복되도록 돕는 활동 목록을 작성해 보고 수정 및 추가하면서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휴식을 취하시기를 권유합니다.
4. 전자 기기와 멀어지기
현대인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 메신저, 휴대전화 등의 전자 기기 사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 기기의 사용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집중하거나 고요 속에 휴식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므로, 휴식 시간만큼은 의도적으로라도 전자 기기와의 연결을 끊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5. 속도를 늦추기
‘모든지 빨리빨리’, ‘최고의 성과’, ‘효율성’을 외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신화 속에서 현대인들은 늘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고, 항상 무언가가 부족한 것만 같은 착각과 조바심,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목표나 성과,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향해 질주하는 관성의 법칙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에게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거나 여유를 즐길 만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경주와 경주 사이에 질주를 멈추고 느긋이 주변의 풍경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나의 마음속으로 걸어들어 가 본다면 어떨까요.
6. 나만의 혹은 좋은 이들과 좋은 시간 보내기
혼자서 인생에 대해 사색과 성찰하는 시간을 갖거나,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거나, 좋은 이들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서도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에게는 일이나 성취 그리고 휴식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모두 우리 삶을 이루는 중요한 두 가지 축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휴식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연료를 채우지 않은 채 폭주하는 기관차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에게 휴식과 여가란, 단순히 다시 일을 해내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라기보다 바쁜 일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오롯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존재 자체로서 존재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여러분의 휴식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또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