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슬기로운 방법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나요?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도 강하고, 자신에게 관대하며, 자신을 존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면, 자기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을 잘 실천해 온 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반면에 자신이 어딘가 늘 모자란 것만 같고, 자기 가치에 의구심을 품으며, 스스로에 대해 편안함과 좋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면,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것은 아닐지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쯤 돌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한동안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에서 열풍이었을 만큼,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의 중요성, 또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방법 등이 많은 분들에게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자존감은 우리 인생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것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챙기려는 노력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충고와 제언은 넘쳐 나는 데 반해, 어떻게 하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인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 주는 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이 사랑에 빠졌을 때 주로 했던 행동이나 모습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 성격, 좋아하는 음악, 싫어하는 음식 등등. 상대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죠. 또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기쁘게 해 줄지 밤새 고민하며 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기꺼이 쏟아붓습니다. 그런데도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죠. 그리고 내가 기울인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상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행복해집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우리가 행했던 노력과 행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집중하며,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껏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취향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고, 무엇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지 등등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에게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 제대로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자기에 대한 데이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나 자신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들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실행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당장에 나를 기쁘게 하거나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그것들을 행해서는 곤란해진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20대 여성이자 회사원인 A는 지난해 인사고과 평가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무척이나 속상하고 실망감을 느낀 A지만, 그녀도 이 평가가 터무니없는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일 년간의 직장 생활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부족하고 고쳐야 할 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A는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서 다양한 영상을 보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하루 종일 일터에서 일하느라 시달리고 쌓인 스트레스를 이렇게 해서라도 푸는 것이 그나마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여겼던 것이죠. 그녀는 각종 쇼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새벽 2, 3시까지 영상을 시청한 후에야 잠이 들었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늦잠을 자서 부랴부랴 출근하기 바빴습니다. 점점 더 지각하는 날이 많아졌고,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하기가 힘들어 실수하는 일도 잦아졌어요.
A는 직장 생활에서 오는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이번 여름휴가는 유명 해외여행지를 다녀왔고, 면세점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가의 명품 가방을 몇 개나 구매했습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내가 나를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어. 나는 이 정도는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하고 말했습니다. 그다음은 뻔히 예견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녀가 얼마간의 행복을 충전하는 사이에 그녀의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나 있었고, 이후 매월 할부금을 갚느라 생활에 허덕이게 된 것이죠.
이 사례를 보며 여러분은 A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또 제대로 실천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 재미있는 영상을 시청하거나 좋은 곳을 여행하고 멋진 명품 가방을 사는 일은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을 전환하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일 겁니다. 그러나 늦은 시간까지 영상을 보느라 직장 일에 지장을 받고, 과도한 소비 습관으로 인해 생활을 꾸려 나가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된다면, 이러한 행위가 정말로 스스로를 위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 맞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즉, 순간적인 기쁨과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 행했던 일들의 대가로 그 후폭풍이 너무 거세게 온다면, 그래서 그로 인해 결국엔 뒤늦은 후회와 자책, 불안, 고통감을 느끼고, 현실적 문제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그것은 자학 행위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A에게도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 행위로 인해 생업에 지장이 생기거나 일상생활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A는 다음 날 출근이나 업무를 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만 영상을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거나, 여행을 위해 평소 조금씩 저축해 온 돈으로 여행 비용을 충당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스스로를 위한 행복 충전과 함께 무리 없는 일상을 이어 가며 또 다른 자기 사랑 방법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를 사랑하고 아껴 주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또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일 것입니다. 그 방법이 때로는 당장에는 고되고 유쾌하지 않지만, 힘든 일을 참고 견디며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위한 인고의 시간일 때도 있을 테지요.
이처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고정되어 있다거나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지 않고, 내 인생의 단계나 순간마다 변화되기도 하겠지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니? 무엇이 나를 미소 짓게 하고, 행복하게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여러분을 사랑하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을 알려 줄 거라 믿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