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ABA Ⅱ - 문제 행동이란 무엇이고, 왜 지속할까?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한 유명 웹툰 작가가 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과 논란이 들끓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웹툰 작가의 아들이 동급생을 때리거나 성적으로 부적절한 문제 행동을 반복해서 보이면서 학급 친구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담당 기관이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동을 분리 조치하고 훈육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알려졌는데요,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그러한 아동들을 지도하는 교사나 각자 나름의 고충과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서로 인정하고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들은 보통의 아이들에 비해 감각이 더 예민하거나 사회적 상황과 환경에 대한 인식 및 해석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문제 행동을 더 빈번하게 보이거나 교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비록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이러한 아동들의 문제 행동과 바람직한 중재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는 모든 아동을 비롯해 성인에게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특히 자폐와 같이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데 효과적인 치료 기법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언어나 인지 영역, 사회성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기능을 습득하거나 가르치는 데도 적용이 가능하다 보니 오늘날까지 발달장애 아동은 물론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특히 아동이 보이는 문제 행동을 줄이거나 바람직한 대체 행동으로 바꾸어 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죠.
많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또 정상적인 발달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위 ‘문제 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 때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아이들은 왜 이러한 문제 행동을 하는 걸까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개인의 성향이나 발달 상태, 주위 환경이나 조건 등을 통해 학습됩니다. 특히 특정 자극이나 감각에 굉장히 민감하거나 둔감한 자폐 아동의 경우 일반 아동들이 불편하지 않은 자극이나 상황에서도 불편감이나 고통을 경험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적절한 방법을 모르거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문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거나 지속하는 이유는, 1) 불쾌한 자극이나 상황으로부터 회피하거나 2) 원하는 물건을 얻거나 활동을 하기 위해서 3)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처럼 불편감이나 원하는 것을 표현하거나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학습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안 돼!”, “하지 마!”라고 문제 행동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행동을 그만두게 하기 어렵고,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이유나 그 기능을 잘 파악해서 환경이나 상황을 변화시키거나 바람직한 대체 행동으로 바꿔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동의 문제 행동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행동이 변화가 필요한 ‘문제 행동’인지에 대한 분별이 필요합니다. 간혹 아이가 자주 보이는 행동들이 단지 부모님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고쳐야 할 행동으로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아동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사사건건 간섭하는 잘못된 양육 태도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동의 문제 행동을 규정하기에 앞서 그것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문제가 되는지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죠.
일본의 행동분석 전문가인 이노우에 마사히코 교수는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문제 행동을 선정하는 항목을 제시했는데요,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긴급 상황을 일으키는 행동 – 여기서 긴급 상황이란 것은, 상대방이나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예: 때리기나 자해 행동),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하는 행동(예: 친구가 가는 길을 가로막기), 다른 사람들의 학습이나 활동을 방해하는 행동(예: 수업 시간에 크게 울거나 노래하기) 등이 해당되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신체적인 위협이나 위해,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가장 우선적으로 교정해야 할 행동으로 정합니다.
2. 지금이나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행동 – 아이의 등교 거부 문제가 지속되면 적시에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발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양치질을 거부하는 행동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경우에도 치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문제 행동으로 규정 가능합니다.
3. 중재할 기회가 많은 행동 – 당장 위험하거나 위급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식사 자리에서 자꾸만 이탈하거나 많이 흘리고 먹는 행동처럼 일상에서 중재할 기회가 많은 행동들은 차차 교정해 나가도록 합니다.
4.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예측하기 쉬운 행동 – 자주 가는 마트의 시식 코너에만 가면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손으로 막 음식을 집어 먹는다거나 원하는 장난감을 사 주지 않을 때 떼쓰는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 이러한 문제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하기 쉬우므로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여러 대응책들을 생각해 놓거나 시식 코너가 없는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결정하는 등 사전에 환경을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5. 중재하기 쉬운 행동 – 아이가 동생의 장난감을 빼앗거나 놀이하는 것을 방해할 경우, 일방적으로 행동화하지 말고, “장난감 좀 빌려 줘.”라고 말하거나, “나랑 같이 놀자.”라고 언어로 상호작용하도록 역할놀이나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해 활용하도록 중재합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동생의 놀이를 방해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일정 시간 동안 한 공간에 있지 않도록 분리하는 등 아이의 문제 행동이 중단되도록 중재합니다.
6. 전조가 되는 행동 –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화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동이 있다면, 그러한 행동을 하기 전에 나타나는 몇 가지 전조 행동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아동이 폭력 행동을 보이기 전에 어떤 전조 행동을 보이는지 세심히 관찰한 후, 전조 행동이 나타날 때 일찍이 개입하면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횟수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아동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데는 나름의 이득이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 행동들은 짧은 시일 내에 좋아지거나 교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의 문제 행동이 반드시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전문가의 조언이나 도움을 받으면서 가정과 아동이 다니는 기관과 연계해 꾸준히 지도해 나간다면, 아동의 문제 행동이 차차 바람직한 대체 행동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기대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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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노우에 마사히코 편저(2020). 금지하지 않고 행동 수정하는 ABA 육아법. 마음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