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집착이 될 때 , 연인 간 집착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소에는 누군가에게 집착도 별로 하지 않고 혼자서 잘 살아가고 있는 오히려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사람인데, 누군가와 연인 관계만 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서 계속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러지 않고 싶은데 계속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고, 내가 없는 시간 동안 그 사람이 뭘 하는지 알고 싶고, 그러다 보니 상대는 지쳐서 멀어지고 그래서 전 더 집착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요.’
이렇게 연인 관계 내에서 집착하는 본인의 모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집착을 하게 되는 이유는 상대를 너무 사랑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데 그 정도가 과해지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집착과 사랑은 한 끗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래와 같은 행동을 보이게 되면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수십 건의 부재중 통화를 남기는 것입니다. 보통 사랑하는 사이의 사람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다면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통화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특정한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수십 차례 통화를 하여 부재중 기록을 남기는 것은 상대에게 공포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상대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친구 관계를 통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할 수 있죠. 특히 남사친, 여사친 등 연인의 이성 친구의 존재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랑 절대 만나지 마.'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가 살아가는 방식을 통제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죠. 애매한 친구 관계로 인해 연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와 관련해서 진실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 옷차림을 간섭하거나 상대의 스마트폰, SNS를 검사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집착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미디어에서도 많이 등장하듯이 연인 사이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런 옷을 입고 다니면 범죄를 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입지 마.’와 같은 생각으로 옷차림을 통제한다는 것은 상대를 본인의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것과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의심을 유발할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의심을 하는 것도 집착의 행위 중 하나입니다. 상대가 적절한 답변을 하고, 최선을 다해 안심을 시키려는 행동을 했지만 신뢰를 하지 않는 것은 연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연인 관계에서 상대의 집착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학생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상대에게 집착 경험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집착 행동은 더 나아가 데이트 폭력으로 발전될 수도 있기에 상대의 집착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이것만 빼면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합리화를 하기보다는 빠르게 안전 이별을 통해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