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키퍼, 소중한 전우를 지키는 마음지기

2023-07-11     정신의학신문

 

힘들어 죽겠다, 죽을 만큼 힘들다라는 말들,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런 말들을 자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힘들다는 느낌을 내기 위해 죽겠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반대로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좋아 죽겠다.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우리는 그 말을 쉽게 넘겨 버릴 때가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큰 의미 없이 쓰는 경우가 많지만, 무심결에 넘겨 버린 그 말이 때로 누군가에는 정말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은 절박함을 품고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평상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살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2021년 한국은 일 평균 자살자 수가 37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으며, 동년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자살률이 높으며, 특히 젊은 세대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매우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임을 잘 보여줍니다.

 

이런 경향은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에서의 자살자 수는 1980년대 연간 200건 이상에서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0년대 이후로는 100명 이하로 나타나고 있으며, 2008년도 20~24세 남성의 자살률은 십만 명당 19.4명인데 비해 군인 자살률은 11.4명으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군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며,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자살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군에서는 군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해왔으며,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함께 우울증, 불안, 자살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병사들이 이런 지원 서비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 채 적절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거나, 주변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전우들이 있더라도 그 징후를 파악하지 못해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특히 정신적 어려움으로 인한 문제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을 때는 이를 포착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은 폭력적이거나 눈에 띄는 행동보다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고 위축되는 양상 등 증상이 겉으로 표출되기보다 안으로 향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데 반해 우울증은 자살과 매우 높은 상관을 보이며, 지속 기간과 심각도가 높아질수록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자살과 관련된 징후나 위험 요인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의 자살과 관련된 신호를 감지하고 전문가 또는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자살 예방 역할을 하는 것을 게이트 키퍼(gate keeper)라고 합니다. 자살 사망자 중 상당수는 사망 전 언어적 표현 또는 정서 상태의 변화 등을 통해 자살의 징후를 나타내지만, 주변에서 78.6%는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게이트 키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한 20대 청년은 우연히 마주친 휴가를 나온 일병이 죽겠다라고 하는 것을 보고 예전 병사 시절 들었던 자살예방교육을 떠올리며 자살 징후를 감지했고, 해당 일병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부모님과 공군본부 자살 예방 교관에게 연락해 해당 부대에서 신변을 확보하고 높은 자살 위험성으로 인해 입원 조치된 사례가 있습니다.

 

혹시 선임이나 동기, 후임 등 주변 분이 심리적 어려움으로 경험하며 자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느껴진다면, 소개해 드리는 다음의 방법과 함께 우리히어로 치유 지원 사업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1. 자살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직접적으로 묻기

자살에 대한 언급, 자살한 사람에 대한 동경 등 자살 관련 위험 신호를 보이지 않는지 주의를 기울이며, 이런 신호를 보일 때는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좋습니다. 자살 생각 여부, 시기나 방법에 대한 계획, 이전 시도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위험 요소 제거 및 안전한 환경에 있도록 돕기

자살 위험에 있는 분이 혼자 있지 않도록 하며 자살 수단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도구나 장소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군대의 경우 총이나 수류탄, 밧줄, 무기와 같은 위험 요소들이 많으므로 더욱 주의가 요구됩니다.

 

3. 공감과 경청

답을 제시하거나 비판, 비난하는 태도가 아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공감해주는 자세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따뜻한 눈빛과 격려, 지지적인 태도가 큰 힘이 되며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전문가 또는 치료기관으로의 연계

자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며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전문가와의 연결입니다. 자살은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매우 위중한 사안이며,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적 어려움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히어로 치유 지원 사업을 통해 지속적이며 최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동행하거나 서비스 신청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전우는 전장에서의 승리를 위해 생활과 전투를 함께 하는 동료라는 뜻입니다. 매일 얼굴을 보며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이들이죠. 이런 전우들과 총칼을 들고 하는 전투뿐만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할 또 다른 전투가 있습니다. 바로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적 질환과 그로 인한 자살의 위험에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이기기 힘든 전투라도, 함께 힘을 모은다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전우의 정신건강을 함께 지키는 마음지기, 게이트 키퍼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살의 위험에 놓여있는 전우가 우리히어로 치유 지원 사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정엽

 

'우리히어로' 트라우마 치유 지원사업 홈페이지 가기>>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