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4편 –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ADHD 오해와 진실은?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1. 부모가 ADHD면 자식도 ADHD?
단정적으로는 말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부모가 ADHD면 자식도 다 ADHD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성이 당연히 존재하기는 합니다. ADHD 유전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를 해 왔는데 70~80% 정도 유전된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유전된다는 것이 병보다는 증상이나 기질이 유전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부모님의 유전이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병이 발생하고 병으로 인해서 증상이 나타나는 과정에 있어서 유전성이 100%는 절대로 아니고요. 유전성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정신과 질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성이 설령 아이에게 내려가서 아이가 그런 진단을 받았다 할지라도 너무 죄책감을 느끼시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최대한 빨리 가장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시는 것이 훨씬 낫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Q2. ADHD는 병이 아니다?
ADHD가 병이냐 아니냐 이런 얘기도 굉장히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되어 왔던 주제인데요. 일단 결론적으로는 ADHD라는 것을 병으로 인정하자는 쪽으로 보는 것이 더 많은 목소리고요. 여러 가지 뇌연구라든지 생화학적 연구라든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이런 것들을 감별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해 왔는데 실제로 ADHD를 가지신 분들과 가지지 않은 분들의 뇌 부위의 해부학적인 구조의 변화라든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감별 포인트가 되거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ADHD라는 병을 인정하고 단, 병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진단에 목을 매는 것보다는 이런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도움을 받고 효율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ADHD를 꼭 병이라고 보는 것보다는 오히려 성격에 가깝다고 환자분들에게 설명하거든요. 성격이라는 것은 타고난 기질 같은 것이 작용을 해서 기본적으로 산만하고 충동적인 사람인 건데 삶을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만 이런 성격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때때로 삶의 어떤 특정 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순간이라든지 아니면 열심히 일해야 되는 순간이라든지 직장을 옮겼는데 적응이 잘 안 되는 때라든지, 병의 여부를 따지기 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ADHD라면 다른 정신과 질병이 있을 확률이 높다?
성인 ADHD가 다른 정신과 질환과 함께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센트로 따지면 70~80% 이상 혹은 80% 이상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성인기까지 ADHD를 끌고 오신 분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는 우울감, 불안감, 충동 문제, 알코올 문제, 약물 의존 문제 등을 겪고 있습니다. ADHD가 단순히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냥 산만한 질환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복합적인 접근을 해야 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되는 이유는 여러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것은 우울증인 것 같고요.
ADHD를 겪으신 분들이 산만하고 무언가에 충동적이고 가만히 한자리에 못 있고 집중이 안 되고 이런 양상들을 계속 가지고 살아오다 보면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혹은 학업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 삶에 대한 후회라든지 좌절 같은 것을 많이 겪게 되고 이런 경험들이 하나둘 모여서 우울감과 우울증이라는 병을 구성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고 대인관계 문제가 이어져서 사회불안장애 같은 문제가 되거나 불안과 염려 같은 것이 계속해서 더해진 나머지 범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풀 방법에 있어서 충동적인 방법들만을 고수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이라든지 술 중독 같은 쪽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흔하게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ADHD가 있다면 동반되는 질환도 함께 치료하시길 바랍니다.
Q4. ADHD는 완치될 수 있을까?
모든 정신과 병이 다 그렇지만 정신과 병에 있어서 완치라고 하는 것이 기준 삼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증상이 거의 없어진 상태가 몇 년 이상 지속될 때 보통 완치라는 기준을 내립니다. ADHD에서 완치가 그런 기준이라면 증상이 없이 몇 년 동안 살 수는 있겠지만 완치가 되더라도 재발의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고요. 100% 완치가 있다기보다는 증상이 없어지는 시기가 되면 증상이 재발되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Q5. ADHD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
약을 먹으면 보통 평생 드시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이 약이 효과가 좋고 약을 먹으면 공부도 일도 잘되니까 평생 먹고 싶다는 얘기를 처음에는 많이 하세요. 근데 먹다 보면 좀 귀찮아집니다. 또 처음에는 힘들었던 일들도 적응이 되고 시험 같은 것들도 매번 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잘 넘어가고 나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약을 느슨하게 먹게 되고, 약의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약의 필요성이 줄면서 약을 끊는 경우가 흔합니다.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되나요?'라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에 따라서 약이 굉장히 필요하고 평생 동안 유지해야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약을 점차 줄여나가다 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끊는 기준이란 게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을 끊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약 없이도 대처할 수 있는지가 약을 끊을 때 중요합니다. 그래서 삶을 체계화하고 계획 짜는 것을 습관화하고 내 마음과 감정, 생각을 잘 돌아보는 연습들을 계속 꾸준히 하면서 내가 내 마음을 계속 살피고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힘들을 잘 길러 갈 수가 있다면 약이 없이도 충분히 생활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실제로 그런 과정을 겪으시면서 약을 끊게 되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성인 ADHD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성인 ADHD에 대해 요즘에 인터넷이나 방송 등에서 흔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쉽고 간단한 질환으로 생각하고 약 먹으면 좋아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생각보다 좀 복잡한 질환이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히 진단받으시고 치료를 꼼꼼하게 해 나가기를 당부드립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