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헤어진 지 3개월 된 남자친구를 붙잡고 싶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3개월 됐습니다. 남자 친구는 42세, 저는 41세입니다. 헤어진 이유는 제가 결혼하고 싶지 않고, 연애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입니다. 남자 친구는 연애만으로는 이 만남을 이어 갈 수 없다고 했어요. 저는 결혼하고 싶지 않고 연애를 더 하고 싶다고 했고요. 두 사람의 마음이 달라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연애 기간은 1년. 만나는 동안은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가치관의 차이, 성격 차이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2주가 지나자, 남자 친구가 너무 그리웠어요. 만나자고, 다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이미 돌아선 남자 친구의 마음을 돌릴 도리가 없더라고요.
전화하면 안 받고, 톡을 하면 냉정하게 답합니다. “너와 다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0) 확률이니까 제발 놓아 달라, 헤어져 달라, 잊어 달라.” 이야기합니다. 남자 친구를 찾아갔더니 무섭다면서 만나 주지 않았고, “돌아가 달라.”, “잊어 달라.” 애원했어요.
그러나 저는 두 달째 되는 날 또 연락을 하고야 말았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점점 더 제가 싫어지고, 좋았던 추억마저 악몽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후로 세 달째.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마음. 이별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편지라도 써 볼까?’ 고민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어요. 잊혀지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별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먹먹한 가슴, 숨이 막혀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붙잡고만 싶지만 붙잡힐 리 만무하겠죠. 여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지인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실연의 아픔과 헤어진 남자 친구분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전 연인에 대한 마음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죠.
사연 제목에는 남자 친구분을 다시 붙잡고 싶다고 하셨지만 사연 말미에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본인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남겨 주신 점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전 남자 친구 분을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가슴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괴로워하고 계신 것일 테지요.
교제 기간 동안 가치관이나 성격 차이 등의 문제를 느꼈고, 가장 큰 결별 이유는 결혼에 관한 생각 차이였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결혼 적령기라는 개념이 없어진 요즘이지만 사연자님과 전 남자 친구분 모두 사십대 초반으로 연애와 결혼의 기로에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결혼 여부나 시기에 대한 생각이 서로 맞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크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 년 정도 연애 기간이 이어지면서 이 관계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에 대해 두 분이그린 그림이 달랐던 것이죠. 결혼이라는 것이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와 영향을 감안할 때 서로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누구 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맞춰 줄 수만은 없는 부분이기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이별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연자님은 남자 친구 분과의 연애 관계를 다시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을 느끼셨고요.
그러나 사연의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남자 친구분은 이미 사연자님과의 관계에 대한 마음 정리가 끝나신 것 같습니다. 자신과의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연자님에 대해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느낀 것과 함께 과거는 지나간 추억으로 남기고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고 싶은 마음이 크시지 않나 싶습니다.
남자 친구 분의 입장에서는 이미 마음이 돌아선 자신에게 본인의 감정만을 생각하고 자꾸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연자님의 노력이 반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결별 이유였던 결혼에 관한 생각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연애 관계만을 이어 가고자 하는 것은 사연자님이 본인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이 사연자님처럼 연애만으로도 만족하는 분이라면 관계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대방에게 상대가 원하는 것은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연인 관계만 지속하기를 바라는 것은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태도일 수 있습니다.
또, 헤어진 지 두 달 된 시점에서 사연자님이 연락했을 때 남자 친구 분이 보인 반응과 현재 시점에서 전 남자 친구 분께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지인 분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사연자님이 전 남자 친구 분을 그리워하며 일상을 이어 가기 어렵다는 점과 감정적 홍수로 인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시는 면이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전 남자 친구 분은 이미 사연자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계속해서 연락하거나 붙잡으려는 시도가 오히려 전 연인으로서 사연자님께 갖고 있던 좋은 감정이나 추억까지 퇴색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지인 분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연자님이 붙잡는 것이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요.
지금은 물론 마음 정리를 하시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고 지나간 인연은 흘려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번 이별을 계기로 연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방의 필요와 욕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이별을 결심할 때도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본인의 주관이 주된 이유였고, 남자 친구를 다시 붙잡고 싶으신 지금의 마음도 본인의 감정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자신의 욕구와 신념, 가치를 명확히 알고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연애든 결혼이든 모두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닌, 연인 혹은 배우자라는 상대방과 함께 하는 팀 플레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상대방을 희생시키거나, 반대로 상대를 위해 내가 일방적으로 희생한 상태에서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것이죠.
현시점에서 사연자님이 하실 수 있는 것은 전 남자 친구 분과의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이고 잘 보내 주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 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자신과 맞는 가치관, 신념, 결혼에 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를 만날 수 있도록 보내주고 행복을 빌어 주는 것 역시 성숙한 사랑의 형태가 아닐는지요.
또, 사연자님 역시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사랑 앞에서 결혼을 비롯해 중요한 가치관이나 신념에 대한 부분을 연애 기간 중 충분히 논의하고, 서로 비슷한 결을 갖고 이해하며 맞춰 갈 수 있는 분을 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마음이 아프고 힘드시겠지만 더 성숙한 사랑과 관계를 위한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운동이나 다른 취미활동을 통해 주의를 분산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마음을 잘 추스르시고 앞으로 또 다른 좋은 인연을 찾으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