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뇌과학] 꿀잠을 위한 뇌 속 생체 리듬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평소와 달리 늦은 밤에 잠이 들거나, 이른 새벽 잠에서 깬 뒤 잠을 이루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으신가요? 잠을 자는 생체리듬은 모든 생명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요, 밤낮의 환경이 아니라 신체 내재적인 진자의 영향을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s)’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수면과 생체리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우리 뇌 속에 있는 생체 리듬은 행동과 생리 작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호르몬 방출, 식습관과 소화, 체온, 운동, 학습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체 리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마스터 시계는 약 20,000개의 신경 세포들로 이뤄져 있으며, 시상하부라고 불리는 뇌의 한 부분에 위치해 시각적 자극으로 직접적인 신호를 받습니다.
특히, 밤에 졸음을 유발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분비해 수면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요, 빛이 적을 때는 멜라토닌을 더 많이 생성해 숙면을 위한 상태로 만듭니다. 눈을 통해 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은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위의 연구에서 알려졌듯이, 우리의 뇌는 자연적인 요인들에 의해 생체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유전자들 중 일부는 밤에 세포의 증가를, 낮에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백질들이 각성, 경계심, 졸음, 감정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7년, 스웨덴 카롤린스타 의대 연구원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은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s)’에 대한 연구로 권위 있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생체 리듬이 수면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지를 설명하는 뇌과학의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았지요. 연구진은 인간의 유전자와 유사한 구성을 가진 초파리의 유전자를 연구했는데요, 이들은 생체 시계의 조절을 돕는 유전자를 분리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밤새 세포에 쌓이고, 낮에 분해되는 단백질을 생산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PER 단백질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유전자의 전사를 스스로 억제하는 음성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죠.
국내에서는 카이스트 김재경 교수팀에 의해 PER 단백질의 세포 분자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적 모형이 연구되기도 했습니다. PER 단백질의 핵 주변 응축을 방해하는 지방 액포 등의 물질들이 세포 내에 과도하게 많아질 경우, 세포질이 혼잡해지면 인산화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아 불안정한 생체 리듬과 수면 사이클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체 리듬과 수면 사이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첫번째, 밤에 밝은 환경에서 일이나 운동을 하는 것을 피하세요. 자극과 흥분에 관여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습니다.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일이나 운동 중에 혈압과 맥박 상승과 함께 발생하므로 가급적 햇빛이 있는 환경에서 일과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두번째, 수면에 도움을 주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주기를 활용하세요. 낮에 멜라토닌이 억제되어 있다가 밤에 분비가 일어나는데요, 잠에서 깬 뒤 15분 뒤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멈추었다가 15시간 후에 다시 분비됩니다.
셋째, 걱정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걱정과 생각은 코티솔을 자극하기 때문에, 끝내지 못한 일들도 수면에 방해가 됩니다. 걱정이나 생각은 잠들기 3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잠들기 전 족욕과 반신욕을 활용해 보세요. 체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반대로 떨어질 때는 낮에 햇빛을 쬘 때 억제되어 있던 멜라토닌이 다량 분비되면서 잠을 푹 잘 수 있습니다.
수면의 장애는 뇌졸중‧치매·뇌파킨슨병 같은 뇌혈관 질환과 비만, 당뇨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 계절성 정서 장애와 같은 다른 만성적인 질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여러분의 수면 환경을 위한 노력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꿀잠 생활을 응원하겠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