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주기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집니다

2025-05-08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사는 게 너무 지긋지긋해요. 돈 벌고, 집안일하고, 건강 챙기고, 자기 계발하고, 가끔 행복해야 하는데 너무 지쳐요.

어릴 때부터 정신과에 다녔는데도 우울하고 무기력한 주기가 계속 와요. 학업 트라우마가 심해서 공부도 너무 싫고, 쉬고 싶은데 쉬면 폐인 될까 봐 무서워요. 인생이 이런 상황에 끌려가는 것 같고, 포기는 못 하면서 항상 딱 중간만 해요.

사람 만나는 것도 지치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많아요. 스트레스받으면 폭식하거나 계속 잠을 자요. 가까운 사람이랑 있어도 눈치 보게 돼요. 지금 너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사진_ 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주기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찾아온다고 하시니 얼마나 힘들고 지치실까요.

사연자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늘 학업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심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아마도 시험 기간이 되면 전력투구해서 벼락치기를 하다 보니 그때마다 체력적으로도, 또 정신적으로도 소진이 심해지고 시험이 끝나면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기라도 하듯 먹는 일도 귀찮게 느껴질 만큼 몸과 마음이 지치는 패턴이 반복되어 오신 것 같습니다.

마치 어느 정도 충전된 전자 기기의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잠시 방전됐다가 다시 충전하고 반복하는 생활 패턴이 이제는 사연자님께 하나의 고착된 인생의 방식처럼 자리 잡은 것도 같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는 듯 심한 에너지의 소진을 경험할 때마다 남은 에너지를 좀 더 쥐어짜서라도 버티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셨을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사연자님께서는 모든 중간 이상은 해내야 한다는 자기만의 철학과 기준이 나름 확고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그리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껏 쉼 없이 달려오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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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님께서 현재 보이시는 무기력감과 폭식 및 과수면 등은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력의 문제라기보다 뇌의 문제로서 전문적이고 꾸준한 치료를 받으셔야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현재 상태에 따라 전문의 진단하에 약물치료가 처방될 수도 있지만, 심리치료가 병행될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심리치료를 받아 보신 적이 없다면, 이 부분도 함께 치료 방법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연을 읽으면서 들었던 사연자님에 대한 인상은, 모든 적당히 하기보다 열심히 하는 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자기에게 주어진 일과 인생에 대한 성실함과 책임감도 강하신 분이실 것 같고요. 또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책임, 성과 등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평소에도 긴장 수준이 높고, 또 뭐든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연자님께 많은 심리적 부담감을 지우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런 성격 특성을 가진 분들은 우울증이나 번아웃에 취약해지기 쉬운 특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쉬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만큼 그동안 이런 욕구를 억누르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쉼을 제때에 잘 허락하지 않을 때, 한꺼번에 이런 욕구가 밀려올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평소에 자신의 정서 상태는 물론 신체적 컨디션을 잘 인지하고, 스트레스 관리 및 신체리듬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연자님께서는 원체 책임감이 강한 분이시기에, 인생에 있어서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조금 긴 휴식기를 가졌다고 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실 분도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자기 자신을 좀 더 믿으셔도 좋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잘 휴식할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주말에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피로감을 풀거나 휴식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별히 몸이 안 좋거나 심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보다는 짧게 자주라도 ‘계획된 휴식’을 취할 것을 권유 드립니다. 주말 아침에 느긋하게 동네 주변을 산책한다든지, 산책을 다녀와서 편안하게 이완한 채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등 좋아하는 것 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산책을 하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 에너지가 많이 들고 변화가 꽤 필요한 해외여행이나 장기 여행보다 가까운 곳이라도 하루 이틀 정도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휴식 같은 여행을 다녀오시는 것도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그리고 일상 속에서 명상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면서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요. 그 방법이 무엇이든 평소 사연자님께서 좋아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채워 갈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현재 사연자님께서 느끼시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은 사연자님의 정신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놓치지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또 우울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도 이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사연자님의 앞날에 행운과 함께 일상의 행복이 찾아오기를 응원하겠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