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장애] 나도 혹시 의존성 성격장애?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저녁 친구들과 함께 갈 식당을 정할 때, 밥 먹고 갈 카페를 정할 때, 식당이나 카페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할 때와 같은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상생활에서의 결정뿐 아니라 진학할 대학을 정할 때, 취직할 회사를 정할 때, 결혼할 상대를 정할 때와 같은 일생의 중대한 결정을 할 때도 혼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정장애’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A를 선택함으로써 나중에 B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후회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더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어려워하는 거죠.
그런데 유독 극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타인의 결정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의존하는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보살핌을 받고자 하며, 지나치게 순종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별 상황이라면 버림받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매달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쳤을 때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에 독립적 행동을 취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보통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등장하며, 남성에게 발병 시 사회적 기능 저하의 경향성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는 정상적인 분리와 개별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유아기에 불안정 애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부모가 아이의 지나친 욕구를 충족시키는 양육 태도를 가지는 경우 발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존성은 부모를 제외한 교사 혹은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어느 정도 충족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안정적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홀로 남겨졌을 때 발생하는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특정 관계에 몰입하게 되면서 등장하는 것이죠.
의존성 성격장애 진단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상적인 결정장애 및 불안, 수줍음과 구분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새로운 상황을 직면했을 때 불안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사회적 기능 저하가 크지 않은 정도의 결정장애는 의존성 성격장애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추가적으로 의존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알코올, 인터넷, 휴대폰, 쇼핑과 같은 것에 중독되는 성향도 가질 위험성이 높습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정신역동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홀로 남겨지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불안 및 우울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신치료가 근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다른 유형의 성격장애보다 스스로 불편감을 느끼며 좋아지길 바라기 때문에 정신치료가 가능합니다. 단,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경향성도 존재하기에 치료의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고지시키며 치료자에게 의존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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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장문선, 박기쁨, 정성훈, & 우상우. (2011). 의존성, 회피성 성격특성의 심리적 특성과 중독성향 간의 관련성. 동서정신과학, 14(1), 1-19.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