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 활용법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챗GPT’가 많은 화제를 이끌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의 학습 능력과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자연 언어의 이해 능력 등과 같은 지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컴퓨터와 같은 기술이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어 왔으며, 심지어 예술 분야에서도 사용되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상담 및 치료 분야에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 개입을 위해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최초로 컴퓨터를 활용하고자 했던 시도는 1966년 개발된 ELIZA 프로그램입니다.
ELIZA는 Carl Rogers가 공감적 의사소통을 모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사용자가 키보드를 통해 입력한 문장을 분석하여 일정한 규칙에 따라 대답을 만들어 내어 출력하는 형태로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정형화된 반응을 하면서 대화를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후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 및 활용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상담 치료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심리치료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웹사이트 기반의 형식으로 심리장애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거나 상담자와의 채팅 또는 게시판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이 없고, 비대면으로 만나 물리적 제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으로 인해 쉽게 치료를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로 하여금 접근의 장애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형태로는 화상상담이 있습니다. 영상 및 음성을 기반으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통적 대면 상담과 유사한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채팅으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청각 및 시각적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직접 대면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는 미묘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통신 기능 장애로 인해 버벅거리거나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행연구에 따르면, 화상상담을 통한 심리적 개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불안, 공황장애, 강박장애, 청소년 및 아동의 우울증 등 다양한 심리 장애에 효과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 증가에 따라 챗봇과 같은 텍스트 메시징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를 통해 실생활에서의 내담자의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공유하는 방법도 활용됩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을 활용하여 심리치료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는 특히 사회불안, 특정 공포증과 같은 불안 관련 장애에 대한 노출 치료 시 주로 활용되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자극에 대한 노출을 통해 기억 및 정서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성공적인 치료를 위한 기억의 재생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 보다 생생하고 반복적이 노출을 실시할 수 있어 효과성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들은 시간적, 물리적 제약으로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에 주저하고 있는 환자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분이 치료를 시작하기 위한 결심이 어려우시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도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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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도연, 조민기, 신희천(2020).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국외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2(2), 821-847.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