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우울의 늪에서 다섯 발짝 빠져나오기 ⑤ - 심리치료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마다 우울증의 하위 유형과 그 중증도 수준이 다양한 만큼, 우울감을 완화하거나 효과가 좋은 치료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마다 성격이나 뇌가 다른 것처럼 우울증의 양상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 치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울감이 깊지 않거나 우울증이 비교적 경한 경우 또는 우울감이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면 흔히 알려진 규칙적인 운동이나 좋은 수면 유지, 매일 산책하기나 가까운 사람들과 연결되기 등을 통해 차차 우울감을 완화시키며 극복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감이 심하거나 만성화된 경우라면 스스로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 전문적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것이 우울증 치료를 돕고, 회복을 앞당기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흔히 약물치료의 경우 사람마다 뇌 구조나 신경생리학적 기전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치료약을 찾기까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울증이 개인 의지의 문제라거나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뇌 기능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중증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 또한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죠.
우울증에 걸린 사람 백 명이 한두 달간 약을 복용하면 그중 30명 정도가 치료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20명 정도는 상당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울감이 지속되었다고 하죠. 나머지 50명에게 다른 우울증 약물을 투여했더니 그중 15명 정도가 차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우울증 치료는 자신에게 맞는 치료 약과 치료 방법을 찾아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건강 및 심리 문제를 치료하는 데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치료나 상담 역시 효과가 있습니다. 가령 우울증 치료에서 심리치료만 받은 경우, 약물치료를 받은 것과 유사한 치료율이 보고되었습니다. 즉, 50명 정도가 우울증을 극복하고 상당히 회복된 모습을 보인 것이죠. 약물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것입니다. 그리고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자 회복률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원리로 인해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우울감 완화 및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① 심리치료는 변연계 반응성을 낮춘다
우울증은 전두-변연계의 의사소통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이며, 심리치료는 변연계의 활동을 정상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독일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들에게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심리치료를 받기 전과 일 년간 치료를 받게 한 후에 환자들의 고립감을 자극할 만한 사진을 보여 주고 fMRI 스캔을 실시했습니다.
심리치료를 받기 이전, 우울증 그룹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내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이미지를 해석할 때 자기 초점적·감정적 처리가 과도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런데 우울증 그룹이 심리치료를 받은 후에 똑같이 fMRI 스캔을 실시하자, 내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대조군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변연계를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온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② 심리치료는 전전두피질의 불안 활동을 줄인다
캐나다의 한 연구팀은 심리치료가 어떻게 우울증 치료를 돕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음챙김 기법과 행동화활성화치료(BAT)가 포함된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했습니다. 연구 결과, 인지행동치료는 해마의 활동을 늘리고, 전전두 영역의 활동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전전두피질의 활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걱정이나 불안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활동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③ 심리치료는 세로토닌을 강화한다
피란드의 한 연구에서는 심리치료가 전전두피질 대부분에서 세로토닌 수용체 수를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전두피질의 세로토닌은 감정과 충동을 잘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심리치료가 우울증을 호전시킨다는 사실을 잘 입증해 줍니다.
④ 심리치료는 약물치료와 다른 회로에 작용한다
심리치료는 약물치료와는 다른 회로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령 심리치료는 세로토닌 수용체 또는 변연계 활동의 변화를 초래하지만, 약물치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연구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식 및 기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또 어떤 분들에게는 특정 약물이 우울증 치료에 별로 효과가 없는 것처럼, 심리치료 역시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잘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심리치료와 상담이 우울증과 같은 각종 정신질환 및 심리 문제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많은 연구와 임상 결과들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만약 오랫동안 만성적인 정신질환이나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전문적 치료나 상담받는 것을 주저하는 분이 계시다면, 이제라도 전문가를 만나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약물치료든, 심리치료든 혹은 둘 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에는 종종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라 잠재된 내면의 빛이 잠시 약해진 것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신다면 좋겠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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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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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 Maat, S. M., Dekker, J., et al. (2007). Relative efficacy of psychotherapy and combined therapy in the treatment of depression: A meta-analysis.
3. Buchheim, a., Viviani, R., et al. (2012). Changrs in prefrontal-limbic function in major depression after 15 months of long-term psychotherapy.
4. Goldapple, K., Segal, Z., et al. (2004). Modulation of cortical-limbic pathways in major depression: Treatment-specific effects of cognitive behavior therapy.
5. Karlsson, H., Hirvonen, J., et al. (2010). Research letter: Psychotherapy increases brain serotonin 5-HT1A receptors in patients with major depression disor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