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우울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3-02-07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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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과 푸르른 창공에 걸린 태양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기만 한데, 내 마음은 마치 잿빛 하늘에 곧 폭풍우라도 휘몰아칠 듯 찌푸렸던 적,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때때로 이런 울적한 기분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문제는 매일매일 바뀌는 날씨처럼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고, 기나긴 우기에 접어든다는 것인데요, 이 비가 언제 그칠지, 과연 그치기는 할지 기약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많은 분들이 우울증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원인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좀 더 깊어지고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우울증에 관한 이해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우울증은 우리 곁을 맴돌며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우울의 늪에서 한 발짝 빠져나온 것 같다가도 다시 보면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언젠가 기필코 그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울감이 우리 삶을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일 때, 우리의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뇌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좀 더 정확히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무엇을 무시할지 판단하는 ‘주의 회로’가 있습니다. 이 주의 회로는 감정 회로의 영향을 받고, 감정 회로 역시 주의 회로의 영향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죠.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의 감정 회로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의해 더 쉽게 활성화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중 어떤 사람들의 뇌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부정적인 면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는데, 이런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질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울증 상태에서는 뇌의 부정 편향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훨씬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게끔 합니다. 또한 기분이 나빠지면 뇌의 부정 편향이 더욱 악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이를 ‘기분일치주의 편향(Mood Congruent Attentional Bias)’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기분일치주의 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기분이 나쁘면 편도체의 반응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과 감정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 많고 많은 세상사 중에서도 슬픔을 더 많이 감지하는 경향도 두드러집니다. 또 같은 자극에도 더 큰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통증을 지각할 때 기분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통증을 느낄 때뿐만 아니라, 통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관련된 뇌 활동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즉,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통증의 가능성에 신체적 · 감정적으로 더 많이 반응하고, 그것이 실현될 거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더 높게 나타난 것이죠.

더욱이 실제 통증 자극이 주어질 때 이들의 편도체 활동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크게 증가했으며, 통증을 완화해 줄 엔도르핀을 생성하는 뇌간(brain stem) 영역의 활동은 감소했습니다. 한마디로 똑같은 자극에도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더 크게 아픔을 느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입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뇌는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치 부정적인 것을 인식할 때와 비슷한 왜곡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즉, 불확실한 상태에서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걱정 활동과 내측 전전두피질의 자기 초점적 감정 처리가 증가하면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을 ‘나쁜 상황’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렇듯 오랫동안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뇌에서는 점점 더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악순환의 메커니즘이 거의 자동적으로 작동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우울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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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부정 편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바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입니다. 이 두 신경전달물질을 촉진하는 약물의 효과를 검토한 연구에서는 한 주 복용 후 전반적인 행복감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두 약물 모두 긍정적인 사건에 대한 주의를 증가시키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주의를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즉, 두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될수록 부정 편향은 줄어들고 긍정적인 사건을 인지하는 쪽으로 뇌가 편향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이 두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운동하기, 숙면 취하기, 명상과 심호흡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흔히 잘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죠.

우리가 인식할 새도 없이 저절로 반응하는 뇌의 시스템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림으로써 자신이 어떤 편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별로 기분 나빠 할 일이 아닌데 스스로가 과하게 속상해하거나 기분이 나쁘다면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거지?’ 하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감정과 인식은 각자 다른 뇌 영역이 매개하는데, 자신의 감정이나 반응을 인식했을 때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면서 편도체를 다시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부정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낙천성을 담당하는 뇌 회로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중 첫 번째로 미래에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상상을 반복할 경우, 뇌의 복측 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되면서 편도체 조절을 도와 뇌의 부정 편향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사건을 상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때 편도체 통제를 돕는 전전두 영역까지 활성화함으로써 낙천성 회로를 강화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우울증에 빠진 분들이 당장 이불 속에서 나와 운동이나 명상을 하거나 긍정적인 상상을 반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가 뇌의 기능 이상 및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진 만큼, 우울할 때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는 것은 분명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조금씩 노력한다면, 우울이라는 기나긴 우기를 지나 다시, 푸르른 창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날이 올 것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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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Vuilleumier, P. (2005). How brains beware: Neural mechanisms of emotional attention. 

2. Strigo, I. A., Simmons, A. N., et al. (2008). Association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with altered functional brain response during anticipation and processing of heat pain.

3. Holzel, B. K., Hoge, E. A., et al. (2013). Neural mechanisms of symptom improvements in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following mindfulness tra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