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2023-01-23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인기를 끌었던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바로 장기하 씨의 <부럽지가 않어>라는 곡인데요, 분명한 멜로디가 있다기보다는 읊조리는 듯한 특유의 톤과 구어체, 현실감 있는 가사로 주목받았습니다. 노래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아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니가 가진 게 많겠니? 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우리가 이렇게 한 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너한테 십만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후략)”

 

가사를 본 후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재치 있으면서도 철학적인 가사가 많은 공감과 여운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노래가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 사회에 그만큼 비교와 부러움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누군가를 보며 끊임없이 부러워합니다. 때로는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있지만 부러움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러움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특히 나보다 더 나은 상황에 있거나, 내가 원하지만 부족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과의 상승 비교를 통해 일어납니다. 

 

사진_ freepik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스미스(Richard H.Smith)에 따르면 부러움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유순한 부러움(benign envy)으로, 단순히 타인의 어떤 특징이나 속성 등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경쟁적 부러움(emulative envy)으로 누군가의 성취를 따라가고자 하는 것, 마지막은 가장 고통스럽고 파괴적인 형태의 악의적 부러움(malicious envy)으로, 분노나 수치심 같은 감정을 동반합니다. 심할 때는 부러움의 대상이 실패하거나 잘못되기를 바라는 데까지 이릅니다. 

이렇듯 부러움은 종류에 따라 자신을 파괴하고 타인의 불행을 원하도록 하는 부정적 방향으로 향할 수도, 반대로 발전과 성장을 향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개인심리학에서 인간은 우월감을 추구하며, 타인에 대해 느끼는 열등감을 통해 부정적인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자기완성과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부러움은 연예인,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 인사와 같이 개인적 친분이 없는 먼 사람부터 주변의 친구나 동료, 형제자매처럼 가까운 사람에게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 여겨지는 연인이나 배우자 사이에서도 부러움을 경험합니다. 

특히 결혼생활 안에서 한쪽 배우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직업적,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우위를 점하는 경우 이런 부러움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혼인 관계 안에서 부부가 한 팀으로서 운명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성공이나 성취를 온전히 기뻐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비단 경제적 영역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가진 성격, 대인관계, 사회적 자원 등 부러움의 요소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부러움은 자신의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성취가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될 때, 배우자에 비해 가진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주로 나타납니다. 

이런 마음이 오래 지속되면 건강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러워하는 배우자는 공허함과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불행감을 느끼며 낮은 자존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배우자는 자신의 성취나 가진 것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배우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혼생활뿐 아니라 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관계에서도 부러움이 더 나은 상태를 향한 갈망, 도전의 원동력이 아닌 수치심, 열등감, 분노의 원천으로 작용한다면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좋은 일을 함께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사진_ freepik

 

그렇다면 부러움이 나를 갉아먹는 나쁜 습관이 아닌,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부러움의 감정을 인정하고, 인식하기

살면서 부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부러움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인정하고, 누구에게, 어떤 면으로 인해 부러움을 느끼는지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부러움 이면에 있는 나의 욕구나 결핍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탐색하면서 초점을 상대방에게 두기보다 자신에게로 옮겨 오는 것입니다.

 

2. 나의 강점 발견하기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내가 부러워하는 영역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나만이 가진 강점과 자원이 있습니다. 나의 부족한 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강점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3. 성장을 위한 계획 및 실천

부러움의 영역이 나의 지속적인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면, 변화와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분야가 직업적 영역에서의 성공, 경제적 안정이라면 직업상담, 구직활동, 대학원 진학 등을 시도하며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부러움은 늘 우리 마음 한구석을 파고듭니다. 그럴 때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위축되기보다는 내가 가진 강점을 떠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아 보면 어떨까요?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