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ADHD 진단을 알려야 할까요?
정신의학신문 | 김드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가 왜 자꾸 병원에 가냐고 물어봐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제 약은 그만 먹고 싶대요. 아프지도 않은데 왜 약을 먹어야 하냐고… ADHD라는 것을 알려 줘야 할까요?”
많은 부모님이 자녀에게 ADHD 진단 사실에 대해 알려주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진단명을 알려 주는 것이 치료에 도움 되는 것인지, 자녀가 알고 나서 충격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시기도 합니다.
첫째로 중요한 것은 ADHD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성인도 ADHD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아청소년이 ADHD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자녀가 ADHD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치료 과정에 난항이 있을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 중 상당수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말을 안 들어서 여기 와야 한다고 했어요.”
“학교에서 친구를 때리고 선생님 말씀을 안 들어서 약을 먹어야 한대요.”
“이제 사고 안 치는데 약 그만 먹으면 안돼요?”
마치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처럼 ‘말 안 들으니 병원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병원에 다니고 약을 복용하는 행위 자체가 처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OO이 아빠는 OO이가 속 썩일 때마다 ‘너 약 더 먹어야겠다.’ ‘네가 그러니까 약 먹는 거야.’라고 해요.”와 같은 경험담도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진료받고 약을 먹을 때마다 어떤 마음이 들게 될까요? ADHD 진단에 관한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 진단명을 알려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의 연령, 발달 수준, 성향을 고려하여 병원 진료를 받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 미취학 아동들은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인지적으로 제한이 있어 질환에 대한 설명이나 치료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건강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에 가거나 튼튼해지는 약을 복용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초등학생 아동들은 간단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추상적인 사고는 어려운 단계입니다. 치료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청소년은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지고 신체와 질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ADHD가 있을 경우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치료 결정 과정에 동참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일방적으로 치료를 결정하기보다는 자녀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가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녀의 ADHD 진단 사실을 자녀의 동의 없이 교사나 친척에게 알리는 것도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