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심(心)리 시리즈 7편 - 이유 없이 불안한 병, 범불안장애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병일까요? 걱정을 얼마나 해야 정상적인 걱정인 것일까요?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시나요? 세상 오만 가지 것들이 다 걱정되고 불안해서, 결국은 너무 걱정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비정상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로 말이지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야기하는 증상 중에는 부유불안(Free floating anxiety)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불안이 둥둥 떠다닌다는 것이지요. 이런 형태의 불안은 특정한 주제 없이 불안이 그냥 마음속에 항상 둥둥 떠 있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주제에 달라 붙습니다. 머릿속이 불안의 가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떠올리건 그 가스에 질식하고 마는 것이지요.
가스 밸브를 잠갔나? 하는 생각은 가스가 폭발해 집이 날아가는 걱정으로 이어집니다. 문을 잠갔나? 하는 생각이 집에 도둑이 들어 소중한 물건을 모두 잃어버리는 걱정으로 이어집니다. 내일 있을 발표에 대한 생각도, 연락이 없는 가족에 대한 생각도, 몇달 후에 있을 직장 일도, 그 어떤 일도 마 속에 둥둥 떠다니는 부유불안에 물들어 버립니다.
이렇게 걱정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사에 초조하고 불안하여 새로운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걱정거리로 가득해서, 중요한 눈앞의 일을 처리할 만한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또 이렇게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몸까지 계속해서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뭔가 위험하고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먹어도 영 소화가 되지 않고 메스껍습니다. 당연히 자려고 누우면 온갖 걱정거리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DSM-V에서는 최종적인 진단체계 발표를 하기 전 이러한 증상에 대한 진단명으로 ‘주요 걱정장애’, ‘병적 걱정장애’ 같은 이름을 붙이고자 하는 제안이 있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걱정’이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현재 DSM-V에서는 이런 증상이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지속되어서 일상생활에 큰 문제나 고통이 생기고 있다면 ‘범불안장애(General Anxiety Disorder)’라는 이름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범불안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나친 걱정과 그로 인한 신체적 증상입니다.
물론 단순히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범불안장애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걱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걱정하는 습관이 우리를 좀 더 꼼꼼하고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이 과도해 나의 일상을 방해하고, 또 그것 때문에 나의 몸까지 지쳐 가기 시작한다면, 혹시 나의 걱정이 불안장애 때문에 생겨난 부유불안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범불안장애는 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 5%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히 흔하지만, 그중 정신과를 방문해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3이 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걱정과 불안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로 인한 신체 증상만을 치료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통이나 근육통, 피로함, 소화 불량이나 몸살 기운 같은 이유 모를 증상을 경험하고, 또 그런 신체적 증상에 부유불안이 달라붙어 또다른 걱정거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점점 불안장애가 만성화되고 깊어지곤 합니다. 실제로 범불안장애를 처음 진단받는 환자분들도 사실 그동안 일평생 내내 불안하고 초조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번에서는 그렇다면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러한 범불안장애를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