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걱정이 많은 아이와의 대화법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많은 걱정을 하곤 합니다. 부모님의 말다툼을 본 날 밤엔, 두 사람이 싸우다가 따로 살게 된다면 자신은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하는가 걱정하며 잠들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다고 느낄 때는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했는지 전전긍긍하고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너무나 많은 걱정을 합니다. 민감한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떨 때는 별것도 아닌 문제를 걱정거리 삼아 오래도록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걱정이 많고 민감한 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민감한 아이라면, 빠른 개입과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영국 Queen Mary University의 생물 및 실험 심리학과 Michael Pluess 교수는 263명의 아이를 12개월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친구 문제 등으로 고민이 있으면, 민감도가 높은 아이들일수록 조기개입 효과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어려운 부모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아동청소년 임상 심리학자 D'Arcy Lyness가 제시한 방법을 토대로 재구성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기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먼저 물어본 다음, 아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이 들어?”, “OO이가 코로나에 걸릴까 봐 잠이 오지 않는 거야?”, “걱정되는구나.” 아이가 10대라면 대답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말하면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2.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기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재촉하거나 말하는 도중 수정하지 않고, 아이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성급하게 조언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귀를 기울여 경청하며, ‘아,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니?’하고 대답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3. 아이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표현해주기
아이가 생각하는 것이 부모에게 의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걱정할 것 없으니 얼른 자렴.”과 같이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 하는 것보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걱정이 되겠네.”처럼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걱정할 것 없다니까.”, “뭐 그런 일로 고민하니.”라고 하면 아이는 자신의 걱정과 고민이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않도록 이해의 표현을 해주세요.
4.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나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아이 스스로 고민하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직접 나서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마지막 선택으로 미루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유치원에서 배운 방법을 설명해 줄 수 있니?”
5.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조금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 19를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모두 마스크를 쓰고 손도 자주 씻어서 감기에 잘 안 걸리는 건 좋은 일이야. 코로나 19가 사라져도 손은 자주 씻어야겠다.”와 같은 말처럼, 장점을 찾아 이야기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6. 아이들이 궁극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기
저녁을 먹고 아이와 함께 산책하거나, 요리할 때 옆에서 레시피를 읽어달라고 하는 등 사소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사소한 시간은 아이와의 유대감을 강하게 형성하고 긍정적인 힘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유대감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 수 있게 합니다. 특히 10대라면 더더욱 이러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 몇 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걱정을 덜어내는 방법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걱정을 지울 수 있는 빠른 해결방법을 찾는 것보다 스스로 그 걱정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되도록 긍정적인 방향을 고심하면서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평소에 내가 느낀 감정을 무시하거나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가져보세요. 자신이 민감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