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회복탄력성
[정신의학신문: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 한국의 2030 세대의 삶의 방향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크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 있는 2030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비혼을 하겠다는 사람과 결혼은 하되 비출산을 하겠다는 사람, 아이를 낳아도 한 명 정도만 고려하는 사람 등. 가정과 자녀는 오랫동안 행복의 기준으로 여겨져왔지만 이제 누군가 비혼과 비출산이라는 의견을 표명해도 그리 놀라는 사람이 없다. 담담하게 ‘너도 그렇구나.’ 하고 만다.
진정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것이라면 비혼이나 비출산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유가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면 즉, 경제와 삶의 환경 등 외부에 있다면 문제가 된다. 개인으로서 살아가기에 어려운 사회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살기 어려운 사회’는 거창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전쟁이나 한국 IMF 외환위기 등 사회적인 위협은 어느 시기에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한 세대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고심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이지만, 이미 자신의 처지와 상황이 정해졌다고 생각될 때, 이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기란 쉽지 않다.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개념으로 회복탄력성이 있다. 하버드 의대 맥린 병원(McLean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 정신의학부의 Brooks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자신이 가진 내적/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스트레스에서 회복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즉 ‘회복탄력성’이란 실패 등의 시련을 발판삼아 더 나은 방식으로 재기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마치 시련을 겪고 아주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탄력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회복탄력성은 마음의 근력으로 불린다.
회복탄력성에서 가장 유명한 연구를 살펴보자. 1955년 하와이의 Kauai섬에서 태어난 698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40년 동안 종단 연구로, 출생 당시 장애와 이후에 발생하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동일한 위험 요인에 노출되어도 대상 아동의 1/3은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고 보호 요인을 통해 나이에 맞는 발달 과업을 성취해나갈 수 있었다.
어려움을 맞닥뜨리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움직일 수 있다. 사회 전체의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의 삶을 조명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방안이 아닌, 근본적으로 면역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19 확산 초기, 외출을 삼가던 것과 달리 우리는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또 경제 시장의 주 소비층이 기성세대에서 MZ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