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는 음악을 들어라

2022-02-28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당산 숲 정신과, 이슬기 전문의] 

 

 

 

우리는 흥의 민족이다. 놀 때나 일할 때 어디서건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실컷 잔소리를 늘어놓다가도, 설거지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엄마의 뒷모습은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청소할 때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 즐거운 음악을 듣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어느새 집안이 말끔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이 나의 스트레스와 고됨을 가져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농부들이 밭을 일구며 노래를 부르던 것과 같은 노동요의 효과일까?

언젠가 맨홀에 빠졌다가 며칠 만에 구조된 아이가 맨홀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달래고 무서운 상황을 버텼다는 해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음악의 힘은 대단하지 않은가? 음악의 힘이 정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 집중력을 강화하기 위해 등등. 우리는 일상에서도 음악의 힘을 누리면서 산다. 하지만 정말로 음악의 힘이라는 게 존재할까? 음악은 인간에게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 것일까?

 

미국 Wilkes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Charnetsk는 음악과 청각 자극이 면역글로불린A(IgA)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 IgA)는 침, 눈물, 모유 등의 인체 분비물과 호흡기, 내강과 점막 등의 면역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항체이다.

실험은 대학생 66명을 4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4그룹은 각 다음과 같은 상황을 노출했다.

 

1. 프레젠테이션 30분

2. 침묵 30분

3. 배경음악인 Muzak(배경음악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 테이프 30분

4. 라디오 방송 30분

 

실험 전과 실험 참가 30분 후에 타액 샘플을 수집하고 면역글로불린A(IgA)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음악을 들었던 3번의 경우에서만 면역글로불린A(IgA)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_freepik

 

음악을 들으면 실제로 우리 신체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굶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삶의 주 목적이었던 시절부터 음악과 노래가 존재했으니 말이다.
 

노래를 부른다고 굶주린 배가 채워지는 것도, 병이 고쳐지는 것도, 맹수를 물리쳐주는 것도 아닌데 수많은 노래가 전해 내려왔다는 기록은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음악의 힘을 인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자.

 

독일의 올덴버그대학(Universität Oldenburg) Gunter Kreutz 교수팀이 행동의학저널(Journal of Behavior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음악이 면역글로불린A(S-IgA)와 코티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

코티솔(cortisol)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자극에 맞설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때 생성된다. 코티솔의 분비가 장기간 이루어지게 되면 몸의 균형이 상실되어 근육과 뼈의 손상이 일어나고 내분비계와 면역체계가 망가진다.

 

피험자들(합창단원)은 일주일 간격으로 ‘노래 부르기’와 ‘합창 음악 듣기’에 참여하였다. 각 세션은 60분으로 이루어졌으며, 실험 전후에 타액 샘플 분석과 주관적인 감정 영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노래 부르기’는 긍정적인 감정 보고와 면역글로불린A(S-IgA)를 증가시키는 반면 부정적인 감정은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합창 음악 듣기’ 또한 면역글로불린A(S-IgA)가 증가하고 코티솔 수치는 감소했다.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것이 면역반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조상들, 그리고 현재 우리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조상들은 노동요를 불렀고, 우리는 출근을 하거나 작업을 할 때 음악을 듣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작곡가나 가수, 연주자 등 음악을 만드는 이들을 선망한다. 많은 이들이 음악과 관계된 일을 꿈꾼다.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되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음악의 힘을 빌려보자. 출근하는 길, 음악과 함께 스트레스 없는 하루를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필자가 출근할 때 듣는 곡 몇 개를 추천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

‘마음’ - 아이유

‘공원여행’ - 페퍼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