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속 마음을 읽다 (2) - FOMO 증후군, 혹은 벼락 거지

인간의 숲에서 살아남기(11)

2021-10-22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FOMO 증후군이란?

 

투자와 재테크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예전에는 일부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지던 주식투자와 부동산 재테크에 이제는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고, 강남 집값의 끝없는 상승은 연일 뉴스에 보도되지요. 어떤 회사원은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건물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돈이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비바람을 피하는 집이자 자유이자 세상의 불합리에 맞서게 해주는 방패이자, 또 내 아이의 입에 넣어줄 따뜻한 밥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누구나 돈을 잃거나 경제적으로 내몰리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돈을 잃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돈을 도둑맞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가 신기루처럼 자산이 사라져 버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힘들게 마련한 나의 업장이 손님이 오지 않아 문을 닫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공포가 있습니다.

사진_freepik

 

'벼락 거지'.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상태를 일컫는 씁쓸한 단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부자가 되는데, 나 혼자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스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찍이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미리 꿰뚫어 본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마케팅 전문가 댄 허먼과 작가 패트릭 J. 맥기니스는 FOMO 란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들은 마트나 백화점의 한정 판매, 시간제한이 있는 특가상품 등 지금 바로 구입하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전략에 주목하였습니다.

FOMO 란, Fear of missing out on something이라는 뜻으로 ‘나 혼자 소외되거나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워하는 심리’를 의미입니다. 2000년대 중반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에서 FOMO를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연구하면서 ‘FOMO 증후군’이란 용어가 나왔고 이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확산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SNS에 접속하지 않으면 마치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껴 강박적으로 SNS에 매달리는 등의 현상이 그것이지요.

 

현대에 와서 FOMO 증후군은 아래와 같이 정의됩니다.

(1)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2)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

(3)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한마디로, 막연히 나도 해야만 할 것 같고, 그럴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질투심과 소외감이 느껴진다면 FOMO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FOMO 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최근 전 국민이 투자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하루 종일 주식과 비트코인, 부동산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남들이 주식이나 비트코인, 부동산처럼 가치의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듣다 보니 내 현재 자산이나 연봉 등의 고정된 노동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 재산은 그대로인데 남들의 부가 상승하면서(또는 상승한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빈곤해지는 것. 현대인이 마음의 빈곤을 느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지요.

물론 FOMO 증후군이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적절한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투자를 하며 더 나은 경제상태를 이루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분은 불안감에 이끌려 후회할만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단톡방에 과몰입하시는 분들이 이러한 경향이 심합니다.

 

정상적인 감정이더라도 그 감정이 나타는 횟수와 지속되는 기간의 차이가 병을 만들기도 합니다. SNS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었지만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24시간 동안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에 FOMO와 같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불안감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증폭시킵니다. 사람들은 SNS에 남들에게 노출하고 싶은 모습만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타인의 삶에 대한 편향적이고 과장된 모습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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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자신만 혼자 동떨어져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을 느끼게 되며 이것이 24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쉬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세상이 나에게만 부정적이고, 가혹하며, 위기에 가득 찬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더 고약한 것은 FOMO 증후군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것, 이전에 애정을 가지고 노력했던 직장생활이나 취미를 지워버린다는 점입니다. 농구를 하다가 갑자기 골대가 높아져 아무리 공을 던져도 링 근처에도 농구공이 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공을 던질 기력조차도 잃게 됩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가난 때문에 망가지기 이전에 우리의 감정 때문에 망가질지도 모릅니다.

 

FOMO 증후군은 또한 분노를 만들어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보다도 더 못한 대우를 받을 때 가장 급격하게 분노하게 됩니다. 자신의 자산은 그대론데 남들의 자산이 올라가고, 자신 혼자 그 흐름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하는 이런 FOMO 증후군은 사람들의 분노를 너무나 쉽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료실에서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것만으로 나의 가치가 떨어져 버렸어요! 이런 세상이 밉고 저주스러워요.”

 

FOMO 증후군의 영향은 투자에서도 우리의 실수를 유발합니다. 흔히 경제의 흐름은 뇌과학과 함께 대표적인 복잡계(complex system)로 분류됩니다. 복잡계에서는 완전한 질서도, 완전한 무질서도 없습니다. 이제까지 통하던 규칙이 갑자기 통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남들이 성공했던 방식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FOMO 증후군으로 인해 유발된 불안은 지금 드는 순간적이고 직관적인 생각으로 하여금 우리를 지배하게 만듭니다. 설령 지금 한 가지 방식으로 작은 성공을 거뒀더 하더라도 원금을 늘려 같은 투자를 하면 실패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최악의 경우 경제적 안녕과 정신적 건강, 둘 다를 잃게 되기도 합니다.

 

FOMO 증후군에 저항하는 우리의 자세

 

1. 절대로 절대로 감정적인 상태에서 투자 결정을 하지 말 것.

우리는 인생에서 해버린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하지만, 이것은 투자에서는 해당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전두엽의 기능입니다. 우리의 전두엽은 일견 혼란스러워 보이고 규칙이 없는 세상일에서 어느 정도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 패턴이 언제까지 갈지를 예측합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순간을 감지하여 현재의 전략을 멈추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도록 고삐를 당깁니다. 그리고 이 전두엽 기능은 우리의 뇌에서 불안과 감정의 기복에 의해 가장 변동이 심한 인지기능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에게 조언드리곤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 약속하지 말고, 기분이 비참할 때 결정하지 말 것”

감정은 순간 격렬하게 타오르지만 자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이 지나가도 투자의 결과는 남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투자원칙이나 세상에 대한 대응방식은 물론 일확천금의 행운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여러분을 지금 현재의 위치에 올려준 소중한 경험의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선정하려면 지나치게 배고픈 상태에서 선택하면 안 되듯, 투자는 가장 평온하고 냉정한 상태에서, 남들의 성공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해주세요. 부디 여러분의 감정과 자존감만큼이나 자산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2. 남들의 허세에 속지 말 것

SNS에서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것은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입니다. SNS나 단톡방에서 남들의 무용담은 과장되어있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성공을 했을 때는 포스팅을 올리지만 심각하게 돈을 잃었을 때에는 아무런 포스트도 올리지 않습니다.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 자산이나 투자실적은 한 인간의 실존에 준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존의 위기를 사람들은 쉽게 남에게 공개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경제적 실패를 공개할 유일한 경우는 타인의 도움을 바랄 때와 이것을 극복했을 때, 두 가지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눈에는 이들의 성공사례에 대한 포스팅만 보이기 때문에 남들이 한도 끝도 없이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됩니다. SNS의 타인의 성공담을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SNS는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매개로 한 놀이와 마케팅적인 측면이 큽니다. 세상이 당신에게 이렇게 만만치 않은데 남들에게만 마법같이 쉽고 편하지 않습니다. 부디 다른 사람의 성공사례를 검증하지 않고 너무 쉽게 믿어가며 혼자 불안해하거나 불행감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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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돈도, 정신도 분산투자를 하라.

FOMO 증후군의 영향 하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렇게 비칩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어떤 크고 넓은 길, 즉 대세에 편승하여 함께 걸어가며 즐거워하는 그런 장면들이지요. 그리고 나 혼자만 길을 잘못 들어 좁은 길에서 고생하며 약해지다가 이윽고 잊혀질 것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타인의 고통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단언컨대, 당신 빼고 모두가 함께 걸어 나가는 부자가 되는 큰길,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들 불안에 떨면서 고민하며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하며 자신만의 좁은 길을 혼자 걸어 나가고 있습니다. 불안이 심해서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유난히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의 수만큼이나 아주 소수의 당신과 전혀 상관없는 누군지도 모르는 행운아가 있을 뿐입니다. 당신이 활동하는 SNS나 단톡방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분명히 주식이나 코인의 상승장에만 등장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대다수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요.

 

시류에 편승하여 잘 나가는 자산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가난으로 가는 지름길이듯이,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대세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마음이 가난해지는 지름길입니다. 외딴 무인도에서 혼자서 살 수는 없지만 마치 동물들처럼 무리를 놓치지 않으려 미친 듯이 달려갈 필요 또한 없습니다. 우리는 집단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축복받은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리스크를 지고 엄청난 보상을 얻는 것도 기적이지만 지금 여러분이 다니는 직장처럼 거의 제로에 가까운 리스크를 가지고 고정적인 보상을 얻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낸 기적 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도파민 시스템과 세로토닌 시스템 둘 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멀리 있는 기적만을 바라보다가 손 안의 기적을 놓아버리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감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