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불안을 잘 느끼는 이유 - 2편

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15)  

2021-10-16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성이 ‘불안’을 느끼는 데에는 호르몬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호르몬 양의 차이보다도 체계 및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큰 변동으로 인한 세 가지 정신건강 위험시기가 존재한다. 월경, 임신 및 출산, 완경. 지난 회차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을 잘 느끼는 이유 - 1편>에서는 여성의 호르몬 영향과 월경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임신 및 출산과 완경에서의 호르몬 변화, 사회학적인 측면을 통한 여성의 불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자.         

 

임신, 출산에 따른 호르몬 변화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화를 겪는 시기로 임신을 빼놓을 수 없다. 임신하게 되면 10개월 동안 태아를 잘 보존하고 키우기 위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을 비롯한 여러 여성호르몬이 평상시보다 막대하게 생성되며 분비된다. 임신 전에는 여성호르몬이 여성의 난소에서 생성된다. 하지만 임신 시기에는 태반 자궁벽에서 생성된다. 태아와 엄마가 영양분을 주고받도록 하는 기능을 태반에서 형성하기 때문이다.

‘태반’은 임신과 출산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을 이야기하는 데 중요하다. 임신 시기에 태반에서 여성 호르몬을 막대하게 생성하고 분비했다면 출산 후에는 어떨까? 태반은 출산 시 그 역할을 다해 적출된다. 여성의 몸에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 중 몸에 있던 호르몬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인체에 발생하는 급격한 변화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각종 호르몬은 뇌의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기분 관련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염려하는 ‘산후우울증’은 여러 발생 요소가 있다. 그중에서 호르몬의 변화 및 영향이 따르면, 갑작스러운 변화와 스트레스의 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과정으로 인해 임신 중이나 출산 후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는지, 호르몬 외 다른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다음 회차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보겠다.     

사진_freepik

 

완경과 조기 완경,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이상 반응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 말도 있지만, 신체 노화는 그 무엇보다 시간에 정직하다. 여성과 남성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임신 가능 여부가 아닐까? 성별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춘기, 여성의 신체는 월경을 시작한다. 생식의 역할을 이행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신체가 노화되면 완경의 시기가 찾아온다. 완경을 시작으로 갱년기를 맞이하는 것은 월경을 시작할 때와 전혀 다른 호르몬 변동 양상을 겪게 된다.     

대게 만 45세에서 55세 사이를 완경 진입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이 시기는 여성호르몬 중에 난포 작용 호르몬이 급격히 올라간다. 갱년기 여성의 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 정서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스트로겐이 떨어지는 호르몬의 변화는 기분과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조기 완경은 40세 이전에 완경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30세 이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여성호르몬의 이상 반응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폐경’이라는 단어가 ‘완경’으로 바꾸어 사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이, ‘조기 완경’은 ‘조기 난소 부전’으로 용어를 바꾸고 있다. 조기 완경은 에스트로겐의 조기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나 골다공증 등의 신체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 조기 완경을 진단받게 되면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향후 임신을 위한 대비뿐만이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골밀도를 유지하는 등 신체 건강을 위해서다. 조기 완경에 대한 예방법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으며, 발견 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완경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만으로 정서적인 충격,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건강 위험 요소가 다분하다. 나이보다 이른 시기에 완경을 맞이하며 여성으로서 상실감, 좌절감, 우울, 분노, 충격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와 주변인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여성의 사회적 불안     

여성에 있어서 남성보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 질환의 위험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앞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이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를 주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호르몬과 기질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정신 질환의 기저에는 ‘불안’의 정서가 깔려있다. 현대는 공적으로 평등사회가 주장되는 사회다. 겉으로는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부르짖고, 여러 제도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직장, 가정, 학교 등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불안은 여전히 팽배하다. 굳이 여성폭력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빈번한 사건 사고를 예시로 들지 않더라도, 퇴임 시기까지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성별 비율이 이를 방증한다.

중요한 점은 여성이 남성과의 생물학적인 차이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불평등으로 인한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불안은 곧 정서로 이어져, 여성의 부담해야 하는 불안으로 자리 잡는다.     

여성의 사회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건 어쩌면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외쳐왔던 당연한 말에 불과할지 모른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차별과 불평등이 속속들이 폭력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문제로 인식되고, 편견과 폭력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사회에 흡수된 과정이 그러하다. 여성의 사회적 불안이 완전히 줄어들기 위해서는 더욱더 내밀한 접근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성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호르몬의 급격한 변동 양상으로 인한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 회차부터는 지금까지 크게 다루었던 세 가지 위험시기(월경, 임신 및 출산, 완경) 가운데 임신과 출산, 완경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여성의 신체 및 정서 변화와 그에 대한 위험, 대처 방안을 따라가 본다면 어느새 여성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3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