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Generation’, BTS의 메시지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정정엽 전문의]
‘BTS(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 소식은 이제 누구나 아는 얘기가 되어버렸다. BTS는 한국을 넘어 청소년․청년 세대를 대표하며 음악 세계를 견고히 다져가고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라는 음악 속 메시지가 그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불안하고 막연한 청춘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큰 공감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BTS가 10대, 20대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9월 19일(2021년), BTS는 제76차 UN 총회에 초대되어 연설하게 되었다. 2018년 UN 총회에 있었던 연설 이후 두 번째다. 유엔 공식 유튜브만 98만 명, 다른 유튜브 채널과 플랫폼까지 합치면 백만 명 이상이 BTS의 연설을 시청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전 세계는, 그리고 전 세계의 청춘 세대는 왜 이토록 BTS에 열광할까? 이는 연설에서 그들이 한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I think it’s a stretch to say they’re lost, just because the path they tread can’t be seen by grown-up eyes.
나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어른들의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길을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위와 더불어 현세대가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의 희생자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긍정적이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메시지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성세대는 이른바 요즘 세대를 걱정한다. 현실을 뒤로한 채 가상의 디지털 세계를 삶의 주 발판으로 삼지 않을까 말이다. 디지털 세계의 힘이 현실에 견줄 만큼 커지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 교류가 없는 학교생활, SNS 왕따 등 절망스럽게 보일 것이다.
특히나 심각하게 여겨지는 10-20대의 디지털 문화를 살펴보자. SNS 왕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괴롭힘의 방도 가운에 하나로, 피해 정도가 국내․국외 할 것 없이 처참하다. 미국의 Cyberbullying Research Center의 조사(미국, 2019년 4,972명)에 따르면, 36.5%가 사이버 왕따를 당해본 적이 있으며, 30%가 넘는 사람이 2번 이상 당했다고 답했다. 누구나 별 이유 없이 왕따를 당하고, 왕따 가해자가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나 또한 언젠가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며 SNS 친구 관리에 몰입하게 된다.
SNS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시대에서 기성세대, 즉 부모는 나의 자녀에게, 흔히 말하는 ‘요즘 세대’에게 어떤 응원이나 격려를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혹시나 당신도 그렇다면 BTS의 음악을 듣거나 연설을 시청해보면 어떨까? 그 안에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UN 총회에서 ‘RM(BTS 리더)’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팬데믹을 ‘lost generation’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어른들이 우리가 서로 연결된 방식을 못 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기후변화 등 우리 미래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창의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말은 BTS에 열광하는 세대의 정서와 가능성을 잘 나타낸다. RM은 팬데믹 상황의 부정적 평가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기성세대가 간과한 10-20대 세대들의 변화의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 관리 방법에서 많이 쓰이는 ‘긍정적 재구성’과 ‘증거 조사’의 좋은 예시이기도 하다.
‘긍정적 재구성(Positive reframing)’이란 부정적이거나 도전적인 상황에 대해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교훈을 찾거나, 감사할 일을 찾는 것도 긍정적인 재평가에 속한다. 예를 들어 이어폰을 잃어버렸을 경우, 잃어버렸다는 상황에 절망하기보다 줄이 없는 ‘에어팟’을 사용해 보게 되는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증거 조사(Examining the evidence)’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본인이 내린 해석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해석을 내리기까지, 그 증거가 합리적인지 다시 조사해보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매번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면 머리가 나쁜가 봐’라고 해석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물건을 잃어버린 것은 급박한 상황과 그에 따른 압박 때문이었고, 매번 잃어버린다는 것도 과장되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았을 때, 머리가 나쁘다는 결론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긍정적 재구성’은 현재를 바꾸어 나가는 방식으로 느껴진다. 또한 ‘증거 조사’는 다시 생각해보며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과거에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현재와 과거를 통해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 BTS의 음악과 RM의 말이 현세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의 말이 미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BTS가 한 일은 팬데믹의 관점을 바꾼 것이다. 'Lost Generation'이 아니라, 'Welcome Generation'이라고 세대를 명명하며, 희망을 제시한다. 그리고 불안한 청춘에게 그들이 각각 ‘소우주’, 혹은 ‘다이아몬드’라는 자각을 일깨우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전 세계 청춘이 BTS를 바라보는 이유는, 기성세대가 해주어야 할 말을 BTS가 대신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BTS, <소우주> 가사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