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요즘 자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연을 쓰기 전 꼭 보라고 하신 글을 보게 되었는데 딱 제 마음인 것 같아요.
이런 힘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조언을 해줄 것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알기에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진심으로 모든 걸 하기 싫은 상황이에요.
제가 하고 있는 일, 공부, 신앙 모두 다 집중을 하는 데 있어서 너무 힘들어요.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서 결국 난 뭘 얻으려고 할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혼자 떠나고 싶은데 그게 되지 않아요..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어디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닌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거든요 혼자서..
근데 그렇게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모든 것을 끊어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돈을 왜 이렇게까지 해서 벌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솔직히 이거 작성하기 전에 여러 글을 보게 되었는데 환경, 주변 사람들이 힘들게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주변 사람들이 힘들게 하지 않아요 ;; 부모님도 너무 좋으시고, 주변 지인들도 진짜 좋은 사람들 뿐 이거든요.
근데 저한테 지쳐서 이러는 건가 싶다가도 지치면서 까지 왜 살아야 하나 싶더라고요.
살아서 어떤 것을 해보려고 그러는 건가? 이전에는 어디론가 떠나고 이쁜 카페 가는 게 낙이였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해도 너무 싫더라고요.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고 혼자 사라지고 싶어요.
근데 또 이렇게 대담하게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힘들어요.
답변)
안녕하세요,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재옥입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고, 깊은 이야기를 하는 직업 특성상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늘 하게 됩니다. 또 그런 고민을 부드럽게 나누기 위해 삶과 비슷한 다른 무언가에 대해 찾으려고도 노력을 하는데, 적어주신 사연을 읽으니 스쿠버 다이빙이 생각이 나네요.
스쿠버 다이빙은 산소통을 매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스포츠입니다. 수심 5m에서 유영할 수도 있고, 20m까지 들어갈 수도 있으며 더 깊이 40m 또는 그 이상까지 들어갈 수도 있죠.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잠수 깊이를 결정합니다. 산호초에 햇빛이 비추고, 작은 물고기들이 유영하고, 모든 색이 다 느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5m 내외 깊이를, 햇빛과 붉은색이 사라지지만, 조금은 더 큰 물고기나 산호, 굴 속에 사는 생물을 보고 싶다면 20m 내외, 난파선 같은 특수한 구조물을 보고 싶다면 30m 내외, 빛이 거의 없는 심연을 느끼고 싶다면 훨씬 더 깊은 곳에 들어가면 됩니다.
각 깊이마다 볼 수 있는 것들이 다르고, 느낄 수 있는 색이 다르며, 수압의 정도도 다르며, 필요한 체력과 공기의 양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재 내 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평안한 잠수를 할 수 있죠.
아무 생각 없이 잠수를 하다 보면, 은은한 조류에 끌려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서서히 가라앉다가 정신을 차리면 아무 색도, 생물도 없는, 그리고 바닥도 없는 곳에 혼자 떠 있기도 합니다. 수면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깊은 바다에서는 수압으로 몸이 더 무겁게 느껴져 편히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깊은 바다에 덩그러니 혼자 있다는 것도, 해양 생물이 아니기에 결국 수면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허무함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질문자 분께서 현재 어느 정도의 깊이에 있는지,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모호해 쉽게 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위치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도움을 드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여분의 산소통을 가지고 들어가 원하는 곳까지 안내를 해 드리거나, 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면 해수면까지 일단 함께 올라와 쉬고, 계획을 짜고, 다시 잠수를 하면 됩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늘 두 명 이상이 짝을 지어서 하죠. 버디라고 부르는 안전한 잠수를 위한 체계입니다. 그러니 질문자 분도 함께 유영할 수 있는 좋은 버디를 찾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