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전이에 대한 불안, 슬럼프 극복

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14)

2021-07-27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 특별 게스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Q1. 조그만 신체 변화가 느껴지면 저도 모르게 재발과 전이에 대한 불안이 앞서요. 이럴 때 마음을 다스릴 방법이 있을까요?

이광민: 몸이 아플 때는 지금보다 더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쉽게 이어집니다. 혹시 재발이나 전이가 되지 않았을까 염려하시는 것과 같이요. 비슷한 심리는 아픈 사람뿐 아니라 병을 고치는 의사에게도 있습니다. 특히 의과대학 본과 2학년 학생은 건강에 대한 염려가 심해지는데요. 그 시기부터 구체적인 질병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우거든요. 병에 대해 배우다 보면 그 병이 나에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돼요. 제 경험을 말씀드린다면, 피부과에서 발바닥에 있는 점은 피부암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배우고는 건강염려증에 빠졌습니다. 제 발바닥에 점이 하나 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발바닥의 점이 있는 쪽 앞으로 뭔가 거멓게 번져가고 있는 게 보였어요. 암으로 발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대학병원 피부과에 갔는데, 피부과 교수님은 암은 아니고 오히려 발가락 쪽으로 멍이 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의사 역시 자기도 모르게 불안한 생각을 합니다.

불안한 생각은 너무나 쉽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지지만, 직접 확인을 하고 나면 다시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필요하게 너무 커지는 생각은 스스로 어느 정도 ‘이건 내가 봐도 지나친 생각이야.’라고 생각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 경험자분이라면 주기적으로 암과 관련된 검사는 계속 받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이미 검사는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서 뭔가 이상 신호가 느껴진다면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그런 증상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지는지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통증이나 불편감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추가적인 진료를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없어지거나 이동한다면 나의 예민함이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사진_freepik

 

Q2. 대니 구 씨는 슬럼프에 빠지거나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예술을 통해서 극복하신 적이 있나요?

대니 구: 저는 힘들 때 오히려 더 루틴(Routine)대로 살자는 의지가 강해져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하고, 온종일 악기를 꺼내 놓고 연습해요. 내가 뭔가에 집중해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서, 그런 식으로 극복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광민: 대니 구 씨의 답변은 지난번 이야기했던 회복 탄력성의 연장선에 있어요. 예를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동반되는 여러 가지 우울한 감정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첫 번째로 제일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의 리듬을 회복하는 거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울하면 사람이 처지게 되고, 평소에 하던 것들을 안 하거나 못 하게 되고, 생활 리듬이 깨지게 되잖아요. 밤늦게까지 드라마를 본다든지, 게임을 한다든지 그러면서 일상이 무너지기 마련이죠. 그럴 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우리 삶의 일상과 루틴을 꾸준하게 유지해나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3. 저는 궁금한 것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상대방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끙끙 앓기만 해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광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안에 관한 영역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불안은 쥐고 있으면 더욱더 불안해진다는 거예요. 아까 얘기했듯이 ‘이게 맞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머릿속에서만 감싸고 있으면 불안이 더욱더 커지거든요. 근데 이것을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직접 물어보게 되면, 적어도 일정 부분의 불안이 해소됩니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 있거나, 암에 관련된 진료를 할 때도 불안이 높으신 분들은 이러한 측면이 진료상황에서도 나타납니다. 내가 지금 치료를 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 혹시 이것이 부작용이 아닐지, 나중에 안 좋은 상황이 되지는 않을지, 의사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다들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불안을 쥐고 있으면서 얘기를 안 하시면 그다음 진료 때까지 계속 찝찝해요. 너무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일단 얘기를 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답변을 드리려고 의사 선생님들이 애를 쓰세요. 그렇게 뭐라도 듣고 나면 그 설명에 조금은 부정적인 내용이 섞여 있다 하더라도 해소가 되고 쓸데없는 불안이 줄 수 있어요. 그러므로 혹시라도 내게 불편한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찝찝한 기분이 들고 머리 안에서 같은 생각이 맴돈다면, 혼자서 쥐고 있기보다는 물어봐서 확인하려고 하는 게 긍정적인 의미를 지닐 것 같습니다.

 

※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암 경험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보내주시면 ‘고잉 온 토크’ 영상과 글을 통해 다루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goingon.talk@gmail.com)

 

※ ‘고잉 온 토크’ 강의 직접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