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6. 모든 면에서 100점이고 싶은 당신에게 (마음에 힘을 빼는 주문)

#6. 모든 면에서 100점이고 싶은 당신에게 (마음에 힘을 빼는 주문)

2021-07-03     김세경

 

‘수포자’라는 말이 있다. 수학 포기자의 줄임말로 수학 공부에서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유독 수학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보다 못한 엄마는 없는 살림에 수학 전문학원에 등록해주셨다. 무조건 점수가 오를 거라며 호언장담한 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나는 그다음 기말고사에서 19점을 받았다. 심지어 그중 10점은 노트 필기를 잘해서 받았던 실기 점수였다. 그쯤 되니 엄마도 나도 수학을 완전히 포기하게 되었다. 

수포자가 되니 마음의 부담은 줄었지만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 성적이 우수한데도 평균으로 환산을 하니 점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자연스레 등수도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한 과목을 포기했을 뿐인데 전체 평균을 올리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다른 과목을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위로해주셨고, 나는 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들에 더 집착하곤 했다.

 

이런 생각은 성인이 돼서도 변하지 않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건 과감히 포기하되 할 수 있는 건 완벽하게 해야만 인생의 평균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19점인 수학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과목에서 100점을 받으려 애썼던 그 마음처럼, 나는 자주 나의 분야에서만큼은 100점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렇게 해야 나의 취약한 부분을 감출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100점이 아닌 것 같아 자책하던 중 공황을 만났다. 그리고 지독한 마음의 병으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100점이 되고 나면 목표를 달성한 데서 오는 쾌감은 있겠지만 맘 편히 살 수는 없다는 것을. 100점을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면 쉽게 불안해지고, 곧 한계가 온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이 해준 80점이면 좀 어떠냐는 한마디에 1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처럼 후련한 기분을 느꼈던 건 어쩌면 살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그러나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더는 100점이 되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조금 부족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바라보면서 좀 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로 마음먹었다. 타이트한 100점이 아닌 여유 있는 80점을 추구하는 삶. 그렇게 스스로에게 압박 대신 더 많은 박수를 보내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80점이면 좀 어때?”

나는 요즘 나 자신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능력 있는 회사원, 좋은 엄마, 완벽한 아내가 되기를 바라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스스로를 압박하는 마음만큼은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꼭 100점일 필요는 없다. 사실 80점도 충분히 좋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