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13)

2021-06-27     전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연재 마지막편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천주교와 기독교 같은 경우에는 신앙을 믿는 거잖아요? 불교는 가르침과 배움으로 볼 수 있는데, 믿음과는 다른 건가요?

전현수: 믿는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상태라는 거예요. 아는 사람이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붓다는 다 아니까 아무도 믿을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이요. 저도 부처님 말씀 가운데 아는 건 믿을 필요가 없어요. 즉,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모른다’는 거예요. 모를 때 우리 앞에 두 가지 길이 있어요. 하나는 ‘에이 저런 게 어디 있어.’하고 그와 관계없이 사는 것,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고 ‘나도 저거 한 번 해볼까? 믿고 살아보자’ 하는 거예요. 불교에서도 믿음은 굉장히 중요해요. 하지만 불교와 기독교는 믿음이 달라요. 기독교는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한 내용을 믿는다면, 불교는 내용을 믿는 건 탐탁지 않게 생각해요. ‘이거 괜찮다. 나도 한 번 해보자.’ 하는 길만 나면 돼요. 그래서 불교에서는 믿기만 하고 아무런 노력하지 않는 걸 굉장히 경계합니다. 믿으면서 점점 경험해야 하고, 그러면서 믿음이 줄어드는 게 중요해요. ‘믿음’과 ‘정확하게 아는 지혜’ 이 둘의 균형을 맞춰야 해요. 조금 배웠다고 ‘나 잘 알아.’ 하고 교만해지면 그것도 곤란해요. 자기가 모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모를 때는 언제나 믿음이 필요한 거예요. 그리고 정말 알 때까지 믿음과 지혜 이 균형이 중요한 거죠. 종교마다 믿음이 다르지만요, 불교에서 믿음은 출발을 하게 해줘요.

 

사진_freepik

 

정정엽: 이 부분에 관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스승님을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

전현수: ‘거시적 관찰’과 ‘삼매’까지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제따와나’라는 곳이 있습니다. 기원정사로 부처님께서 오랫동안 머문 곳인데 기운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인도에 터만 남아있는데도 기운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어요.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사람은 완전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수행하면서 지도를 받잖아요. 지도해 주는 사람에게 잘 지도받는 것이 중요해요.

 

정정엽: 선생님께 있었던 에피소드로 대담을 마무리 짓고 싶네요. 짧게 스님 생활을 했던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현수: 제가 사실은 2003년에 미얀마를 한 달 갔다 왔어요. 그때 머리도 깎고 스님 생활을 했습니다. 2009년에 말레이시아로 갈 때는 2년 예정으로 가게 된 거고요. 그땐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저 “나 언제 올지 몰라 잘 있어.” 이러고 가버린 거예요.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아내가 한국 좀 왔다 가라고 해서, 한국에서 3개월 수행하고 더 수행을 못 했어요. 중요한 건 제가 돌아오면서 느낀 점입니다. 제가 있던 자리에 제가 빠지니까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제 자리에서 제가 하던 역할이 있잖아요? 그만큼의 영향이 또 생긴 거죠. 그래서 그다음에 2013년에는 어떻게든 한국에서 수행하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그런데 대단한 수행은 한국에서는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거예요.

제 아내는 못 가게 안 했어요. 물론 자기가 힘들겠지만, 사실 제 첫 번째 스승을 만난 게 아내 영향이거든요. 결혼은 6월에 했는데, 결혼하기 전 4월 즈음에 아내가 중요한 사람이 있다고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만난 게 제 첫 번째 스승이에요. 3년 동안 답을 얻고, 동국대 불교학과를 재학하게 됐어요. 아내로 인해 불교가 시작된 거죠. 옆에서 다 지켜본 거예요. 아내가 같이 읽고, 옆에서 보니까 말릴 수 없다는 걸 알잖아요. 그래서 저는 나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엔 집사람도 힘들어했지만요. 제일 중요한 건, 저는 이제 집중 수행에 가게 되잖아요? 그러면 얼마 안 있어서 삼매에 들어요. 제가 평소 현재에 집중하고 살았기 때문에요. 집중하기 때문에 된다는 걸 기억하고, 현재에 계속 집중하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