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존재를 알면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고요? - 명상하는 이유
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11)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으로 명상에 관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사마타’라는 단어가 자주 나와요. 어떤 뜻이고 왜 중요한가요?
전현수: ‘사마타(외부 대상에 대해 감각기관을 다스려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고요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 교리)’는 ‘삼매(불교 수행의 한 방법으로 심일경성이라 하여,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정신력)’를 닦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과 실재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어요. ‘관습적인 실재’와 ‘궁극적인 실재’가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손은 관습적인 실재에요. 손은 추우면 푸르게 바뀔 수 있잖아요. 그에 비해 궁극적인 실재라는 건 존재해 있는 동안 고유한 성질을 유지합니다. 그러니까 과학적인 개념으로 볼 때 더는 쪼개질 수 없는 단위입니다. 그런 것이 궁극적인 실재에요. 관습적인 실재는 우리의 신체 즉, 귀와 코, 혀 등을 통해 통상적인 의식으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궁극적인 실재는 삼매를 얻어 지혜의 눈으로 얻기 전에는 볼 수 없습니다. 궁극적인 물질과 궁극적인 정신이 그러해요.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알려면 궁극적인 실재도 보고 관습적인 실재도 봐야 합니다.
과학으로 생각하면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으로 볼 수 있어요. 궁극적인 실재를 보려면 방금 말했듯이 지혜의 눈을 얻어야 하는데, 지혜의 눈은 삼매를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우리 마음은 ‘아는 기능(깨달음)’이 있는데, 번뇌 등 방해하는 세력으로 인해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삼매를 닦으면 번뇌가 없어지기 때문에 다시 아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돼요. 그때 지혜의 눈이 있는 거예요. 삼매를 닦는 방법은 과거 전통적으로는 40가지가 있지만, 현재는 24가지가 최선입니다. 들숨 날숨 집중을 통해 호흡을 닦고 나면 여러 가지 방법을 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사대(四大) 수행’이 있습니다. 존재하는 물질들은 사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그중에 ‘지(地)’는 단단함입니다.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이요. 이런 궁극적인 실재를 보는 것이 사마타 수행이에요.
정정엽: 궁극적인 실재를 본다는 건 결국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확히 알기 위해서’ 보는 거잖아요? 사마타를 하면 정확히 알고 괴로움을 없앨 수 있는 건가요?
전현수: 궁극적인 실재를 보고 난 뒤에 궁극적인 실재 속성을 보는 걸 ‘위빠사나(끊임없이 변화하며 생성, 소멸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수행)’라고 합니다. 궁극적인 물질과 궁극적인 정신이 가진 속성이 있어요. 그 3가지의 속성을 보는 거예요. 전문용어로는 ‘무상(無常)’이라고 해요. 모든 것은 변해요. 순식간에 순간순간 계속 변해요. 안 변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걸 이루고 있는 궁극적인 실재는 계속 사라지는 거예요. 그걸 봐야 합니다. 안 변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는 거예요. 우리가 가진 것이 자꾸 변하고 없어지니까 괴롭잖아요? 하지만 변하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나의 통제력이 가해지지 않죠. 그걸 ‘무화(無化)’라고 합니다. 무화는 무의 본질이에요. 모든 것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고, 따라서 위빠사나를 통해 궁극적인 실재의 속성인 무상과 무화를 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위빠사나를 ‘아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는 것’은 ‘사띠(마음 챙김)’입니다.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이며 ‘알아차림’ 수행이지요. 엄밀한 의미의 위빠사나는 법의 속성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는 존재가 보이잖아요. 정신 물질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반복되는 그런 상태가요. 그래서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견고하다고 생각하고, 견고한 ‘나’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에 관해서도요. 그래서 누군가 내게 기분 나쁜 말을 하면 모욕받았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모욕받은 게 정말로 중요할까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런 마음 상태에서 ‘내가 화가 났구나’ 하는 조건으로 볼 수 있게 돼요. 그러면 ‘그 사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조건 상태가 되어 있구나’하고 보여요. 중요한 점은 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욕망 또한 달라요. 결국은 명상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우리 존재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