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극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 고시 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2021-05-10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학생입니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무척 열심히 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아 낮은 대학 유아교육과에 들어갔습니다. 서울대생이라 놀림받을 정도로 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왜 성적이 좋지 않았는가는 고등학생 땐 그렇게 찾아도 모르다가 대학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효율이 떨어지게 공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아교육과에서 잘한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꾸역꾸역 임용고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며 3학년까지 지냈습니다. 코로나로 수업 실연이나 조별 발표가 없어 레포트 쓰다 보니 학과 수석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줄기차게 말하던 임용고시 준비를 시작한 올해 1월부터 괴로워하며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는 매 순간 매일이 괴롭습니다.

인강 강사 말을 다 이해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요즘은 세상 사람들이 하는 안 좋은 사람에 대한 모든 말이 저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면서 강박이 생기는 거 같았는데 이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면 설명하듯 해야 하는데 잘 설명하고 있는지 고등학생 때처럼 효율 떨어지게 하고 있진 않은지 계속 의심하게 됩니다. 필기도 이게 강사가 말한 걸 잘 적은 건지 논리 흐름을 이해한 건지 막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합격하고 싶어서 발악하는 듯합니다.

 

벗어나려고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거나 햇빛도 쐬고 일기도 쓰는데 3개월째 제자리입니다. 저는 낫기를 원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임은 알겠는데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그냥 하기를 해보고 있는데 아주 조금 나아졌을 뿐입니다. 자퇴하고 싶다거나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집 사정도 안 좋아서 취업해야 하는데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책에 파묻혀 알바하고 살고 싶습니다. 이게 먹고살기 위해 본래 감당해야 할 힘듦과 괴로움인데 나약해져서 노력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적성에 안 맞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통 학생 때만큼의 노력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하라고 해서 버티며 하고 있는데 잠깐 쉴 때도 힘들고 공부할 때도 힘듭니다.

이제 22학점 들으며 임용 준비 수업실연 조별과제 실습도 해야 하는데 말도 잘 못하고 공부도 못하는 제가 수업실연 못한 기억이 있어 학기 시작하며 더 괴로워졌습니다, 마음이 지옥입니다. 아이들도 싫어하지 않고 유아교육이 너무 중요하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유아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생각을 하면 괴로워집니다. 귀엽고 밝지 않은 데다가 쉽고 짧게 말도 잘 못해서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 자존감이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학교생활과 공부를 버텨야 한다니 또 괴로워집니다.

 

사진_freepik

 

 

답변)

안녕하세요,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재옥입니다.

인간은 늘 성장합니다. 각자의 성장 속도가 있지만, 사회가 원하는 또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적의 속도는 정해져 있고, 이 속도를 맞춰가기 위해 우리는 늘 시험을 준비합니다. 이런 이유로 수능부터 중간/기말 시험, 각종 자격증이나 면허 시험까지 우리의 삶은 시험의 연속이 됩니다. 이 시험 중 어떤 시험은 내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또 어떤 시험은 절망적인 결과를 내놓기도 하죠. 여러 번 같은 시험에 도전해야 하는 경우도 꽤 흔합니다. 질문자 분 역시 이런 시험을 경험하고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신 듯 합니다. 마음이 지옥이라는 표현 속에는 지금 겪고 계신 어려움이 그대로 담겨있는 듯 해 제 마음도 먹먹합니다.

시험과 합격에 대한 압박은 다양한 정신적 고통을 만들어 냅니다. 내가 잘 이해하고 있나 하는 강박적인 생각, 실패했을 때 겪게 될 고통을 예상하면서 생기는 불안, 확신이 없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우울,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기에 다른 사람도 자신의 가치를 낮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심까지, 모든 정신적 고통을 수험생은 일정 부분 느끼게 됩니다.

수험생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현재의 노력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내 노력과 상관없이 결정되는 부분도 있기에, 그 마음을 미래의 가치에 두게 된다면 이런 정신적인 고통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안정시키고, 안정된 마음으로 공부를 하기에 공부의 효율도 오르게 됩니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의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강의를 듣고, 성실히 자습하는 자신의 모습 같은 것들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응원하고, 능력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강의를 듣는 스스로를 믿으며, 다른 사람의 지시 없이 혼자서 정해진 시간을 공부하는 의지를 느끼는 것입니다. 내가 수업을 할 때 말을 잘못하거나, 합격을 하고 싶어 발악하고 안 하고, 먹고살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괴로움이고 아니고는 현재가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수많은 미래 또는 공상 중 하나일 뿐입니다. 현재의 질문자 분은 성실히 노력하는,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고 그게 진실입니다.

내일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내일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미 잘하고 계신 것들에, 가지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셔서 현재 본인 모습을 바라봐주고, 인정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