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내 두 손에 식물이] 10화 꽃배달, 어디까지 받아 보셨어요?

10화 꽃배달, 어디까지 받아 보셨어요?

2021-04-14     심경선

꽃은 선물의 상징이다. 

지인이 전시회를 열었다 거나, 연주회를 열었을 때는 꽃다발이 필수처럼 여겨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때에도 꽃은 맹활약을 하고, 이제 세상에 없는, 그리운 이를 찾아갈 때도 꽃 한 송이 없으면 두 손이 허전하게 느껴지곤 한다. 

 

그럼 반대로, 꽃을 선물 받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인가?

근 1년 내에 전시회나 연주회를 열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꽃다발을 수시로 주는 좋은 습관이 있는가? 마지막은 생략하자. 

꽃을 주는 일은 종종 있지만, 받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문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쳐가는 지금쯤 꽃 한 다발이 내 방을 채운다면 조금은 덜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낭만적 사치라고 생각하기에 봄은 이미 무릎 앞에 와 있고, 우리는 봄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BCAC라는 말이 있다. Before COVID, After COVID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은 분명히 다를 것이며 회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듣고 있자면, 당장 몇 달 전이 수년 전 같고, 무언가를 빼앗긴 것 같고 그렇다. 형언할 수 없는 억울함이 들기도 한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수만 가지 정보로 이미 외우다 싶게 많이 들었다. 들어보면 위생적인 삶과 저녁이 있는 삶을 더해 놓은 형태이다. 못할 것 없이 해왔지만, 마음은 지치고 피로하다. ‘현명’ 말고 ‘낭만’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집안에서 낭만적일 수 있는 일은 수 없이 많지만, 쉽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식물을 한 둘 들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이 시국에 꽃배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꽃 농장과 직거래를 하는 꽃배달. 꽤나 신선하고도 명료한 시스템 아닌가? 채소도, 과일도 배달이 되는 시대에 꽃을 그쯤 어딘가로 생각한다면 배달이 불가능할 것은 없는 것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는 마당에 꽃이 팔릴 리 없다며 한숨을 쉬는 화훼농장 사장님들에게 새로운 판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장점은 동네 꽃 가게보다 싼 가격에 더 많은 양의 꽃을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리 꽃 종류도 둘러볼 수 있고, 원하는 조합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배달하는 날짜를 정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농장주에게 직접 주문을 하니, 유통단계를 줄여 꽃의 생명이 더 길어진다. 

단점이라면 꽃이 컨디셔닝*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것은 구입하는 곳에 따라 다른데, 내가 주로 주문하는 사이트에서는 컨디셔닝이 되어 오지 않아서, 내가 직접 하나하나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거뭇한 잎을 떼어내고, 너무 많은 초록 잎사귀를 떼고 물 올림*하는 등을 한다. 하다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주식 거래장 대폭락, 급식 납품업체들의 혼란, 영세업자들 특히 벼랑 끝까지 몰린 외식업자들의 외침. 이미 사회는 난장판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계를 파탄 냈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에도 흠집을 냈다. 이제 엘리베이터에 여럿이 함께 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배달시킨 물건도 직접 받지 못한다. 반가워 인사를 해도 시원하게 웃는 입을 보지 못하며, 혹여나 나의 행로가 밝혀질까 두려운 이들은 집으로만 들어선다. 하지만 모두가 시간과 공간을 즐길 만큼 넓은 집을 갖고 있지는 않다. 좁은 방 안에서 우울감만 상승한다. 원체 집에만 있는 우울증 환자들과 집에 있다 보니 우울감이 온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우울증 환자는 폭증하는 중이다.  코로나는 너무 많은 이들에게 상흔을 남기고 있다. 

 

나는 요즘 지인들에게 식물을 추천하고 있지만, 식물은 정말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인스턴트 느낌이 나지만 당장에 웃음을 줄 수 있는 꽃은 어떨까? 배달로 받아볼 수도 있고, 선물할 수도 있다. 컨디셔닝이 귀찮아도 막상 하다 보면, 소소한 일거리로 재미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지금 작은 낭만이 필요하다.

 

*컨디셔닝(Conditioning): 도매시장이나 농가에서 꽃을 들여와서 꽃다발 혹은 꽃병에 담기까지의 다듬는 과정. 너무 많은 잎을 떼어준다. 종류에 따라 가시가 있으면 가시를 가른다. (전용 가위가 있다.) 가지고 있는 꽃 병의 길이에 따라 적당한 길이로 줄기를 사선 자르기 한다.

*물 올림: 운송 과정 중에 수분을 잃은 꽃에 다시 물을 줘서 피우는 행위. 끓는 물에 줄기의 끝을 살짝 담갔다 찬물로 바로 씻어주는 방법 등 수많은 방법이 있다. 수국은 머리 째로 물에 담그기도 한다. 꽃병에 꽂고 수 십분 내지는 수 시간이 지나면 활력을 찾는다. 

* 매주 2회 수, 금요일 글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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