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의 그림자, 완벽주의

2021-04-01     윤동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신문 : 부산 YD정신과, 윤동욱 전문의]

 

40대 직장인 A 씨는 매일 일요일 저녁만 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 월요일 아침이 밝아오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동료와의 갈등, 감정 기복이 심한 직장 상사, 결정권은 없고 책임만 강요하는 경직된 회사 분위기는 계속해서 그를 압박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점점 쌓이고 예민해져 가족들에게도 화를 내는 일이 많아져 갈등이 잦습니다.

매일 사직서를 품에 안고 출근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이야기일 것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번아웃'(Burnout)이 되어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번아웃은 글자 그대로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태워(burn) 없애버린(out) 상태가 됩니다.

2019년 세계 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에너지의 고갈, 업무에 대한 냉소적 감정이 증가, 직무 효율이 저하되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정의하며 현대인들에게 직무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강조가 번아웃을 의학적으로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업무와 관련되어 발생할 수 있는 주요한 현상으로 본 것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사진_freepik

 

열정적인 완벽주의자들은 번아웃을 경험하기 쉽다.

아내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은 임원 B 씨도 그랬습니다.

아내는 좋은 아빠이자, 자상한 남편이었다던 그가 요즘 점점 변했다고 했습니다. 짜증도 많아지고 늘 피곤한 모습으로 아무리 자도 언제나 무기력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회사에서 늘 열심히 일했고 인정받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그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모든 업무는 그를 향해있었고, 사소한 것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퇴근 후에도 그의 전화기는 쉬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고, 직원들의 무리한 요구 사항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일을 하나 시작하면 꼼꼼히 직접 다 살펴야 직성이 풀리는 일중독에 빠진 완벽주의자였던 것입니다.

흔히 일중독이라는 평가는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 중독은 열정적이고 활발하게 일에 몰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또한, 단순히 많은 시간 일을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일중독자들은 일을 하지 않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강박적인 편입니다. 즉, 일중독에 빠진 완벽주의자들은 일에 많은 시간을 쓰고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남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일을 합니다. 불안을 낮추기 위해 일을 하고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언제나 많은 시간 일에 몰두합니다.

완벽주의자들은 번아웃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거나 게을러서 무기력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과도한 수준으로 하다 보니 점점 지치고 회의적인 태도로 변하는 것입니다. 모두 완벽히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비현실적인 기준을 세우고 그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점점 지치게 됩니다.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고 100m 달리기의 속도로 달린다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요? 완벽주의자들의 과도한 열정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여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더 잘하고 싶다면, 자신을 되돌아보자.

많은 사람들이 성과를 위해 더 잘하려고 애쓰거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의식할수록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죄책감, 수치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점점 지쳐갔습니다. 고성과(hyperformanace)를 내는 사람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줄이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단기간에 초고 성과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평균 이상의 고성과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홈런을 많이 치지만 삼진을 자주 당하는 선수가 아니라 꾸준히 안타를 쳐서 찬스를 만드는 선수일 것입니다.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야근을 하며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완벽주의 뒤에는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돋보이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완벽함을 놓으려고 생각만 해도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그로 인해 집중해야 할 일보다 더 많은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에너지 소모도 심합니다.

완벽주의자들은 완벽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완벽과 멀어지고,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쓰다가 지쳐가게 됩니다. 그들은 늘 할 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이 된 사람들은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하고 돌아와도 다시 번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적 장애물인 완벽주의를 찾고 바꿔야만 합니다.

완벽이란 어쩌면 많은 사람이 꿈꾸는 환상에 가깝습니다. 완벽에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는 자신의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때 지치지 않고 목표나 성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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