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원인 모를 간헐적 우울감, 병원에 가 봐야 할까요?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박초연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대학생입니다. 가끔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증상을 알아차린 건 3~4년 전쯤부터인 것 같습니다. 가끔 제가 어떻게 다룰 수 없는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정한 주기로 이러한 감정을 겪습니다.
한 달에 2~3번 정도 모든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제가 다룰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난 무력감과 우울감, 공허함을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들을 자주 합니다.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그런 날들은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내게 됩니다. 근데 또 이러한 무력감이나 부정적인 감정들이 계속 꾸준하게 지속되는 게 아니라 보통 3일이나 길면 일주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집니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제가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서 관찰을 해 본 결과,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일정한 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괜찮아져서, 의지가 약해서 그랬나 보다 하면서 그냥 스스로 자책하곤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느끼게 되니까 좀 답답합니다.
평소 학교 학기 중에 공지사항이나 확인해야 할 이메일 같은 것들이 올라오면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새로운 것들을 확인하는 것에 큰 부담이 느껴져서 일부러 바로 확인을 안 할 때도 있습니다. 그냥 뭔가 가슴이 답답하고 긴장이 됩니다. 이것도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글 남깁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초연입니다.
현재 말씀해주신 내용을 보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무기력감, 우울감이 주된 고민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기를 살펴보면 한달에 2~3차례, 그리고 길어야 일주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직접 뵙고 여러가지를 여쭐 수 없어 정확한 진단은 알기가 어렵지만, 흔히 지금과 같은 증상이 뚜렷한 주요우울장애를 만족시키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통 주요우울장애는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이 2주이상 지속될 경우를 이야기하거든요. 그렇지만 3~7일간의 우울, 무기력감의 정도가 심해 자살사고가 뚜렷하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대학생활을 지속하는데 문제가 될 정도라면, 충분히 우울장애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자세한 면담을 통해 알아봐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또한 직접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말씀드리자면, 우선 선행되는 스트레스가 될 만한 상황이나 신경쓰이는 일이 있는지 충분히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야할 과제나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사소한 대인관계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말이지요. 대게는 의식하지 못한 채 사소한 스트레스로도 쉽게 무기력해지곤 합니다. 또한 만성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으신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보아야합니다. 현실적으로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던지, 부모님과의 관계라던지, 이러한 오랜기간에 걸친 스트레스는 나를 끌어내리는 괴로움이 됩니다. 그리고 신체 컨디션에 대해서도 체크에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식사는 잘 하고있는지, 잠은 규칙적으로 충분히 잘 하고 있는지 같은 것들을요.
그리고 우리의 몸이 조금 무리하면 피곤해지고 쉬면 회복되고 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어느정도는 늘 일렁인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는게 중요합니다. 기분은 날씨와 같이 쳐질때도 있고 또 반대로 조금 들뜰 때도 있지요.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오늘은 내 마음이 조금 지친 날이구나'하고 그런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마음챙김'기법 중 하나인데요, 마음챙김이란 내마음을 있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바라보는것을 말합니다. 애써 어떻게 조작하려 하지도, 판단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마음을 그렇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만해도 조금더 편안함을 느끼실거에요. 그렇지만 우울한 기분이 너무 심하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보시는 것을 꼭 권해드립니다.
조금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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