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더욱 불붙는 음모이론들

2021-03-11     유승준 기자

음모이론(Conspiracy Theory)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동네 친구의 비밀에 관해 수군덕거리는 것 같이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전 세계를 뒤에서 은밀히 조종하는 프리메이슨에 관한 이야기까지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처럼 음모이론이 발전하고 퍼져나갈 수 있는 재료는 사람들의 불안감이다. 사람들은 뭔가 불안할 때, 그 불안을 외부로 투사하기 위해 알 수 없는 거대한 세력의 힘을 만들어낸다. 본인 내면의 갈등을 외부의 사건으로 투사하는 형태로서의 음모이론은 병적인 망상과 모호한 경계를 짓고 있다.

최근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그와 관련된 음모이론도 이미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23%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했고, 18%에 이르는 사람들은 백신을 생산해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전염병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사람들의 근심이 커질수록, 그리고 이 끝나지 않는 근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그 불안감을 투사해 줄 음모이론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이다.  
 

사진_pexel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교수로 있는 조셉 피에르는 이러한 음모이론을 믿는 사람일수록, 그런 오해에 근거해서 보건 방역에 참여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드물지만, 폭력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언급했다.

피에르 교수는 연구 결과 인구의 약 50%가량이 적어도 하나의 음모이론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최근 전례 없이 음모이론이 크게 확산하고 있는 이유가 권위 있는 정보 출처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정보를 불신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편향된 인식을 하는 까닭에 음모이론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위기 앞에서 정부나 의료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지만, 역설적으로 그 권위가 점점 추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워주지 못하면서 권위가 추락하고 불신이 높아짐에 따라 불안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음모이론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좀 더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Jon Roozenbeek, Susceptibility to misinformation about COVID-19 around the world, R Soc Open Sci. 2020 Oct 14;7(10): 201199.

Joseph M Pierre, Forensic Psychiatry versus the Varieties of Delusion-Like Belief, J Am Acad Psychiatry Law. 2020 Sep;48(3): 327-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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