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병식이 없는 가족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연)
안녕하세요 어머니는 현재 50대 후반으로 혼자 살고 계십니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이혼 전부터 증상이 있으셨고, 근 몇 년간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누가 도청을 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하고 다닌다'라는 얘기를 하고, 심지어 본 적도 없는 어떤 분이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하면 누구 통해서 자기 얘기를 한다는 등 과도하게 주변을 의식하고 허언, 망상의 증상을 보이십니다.
조현병 환우와 가족들 카페에 가입하여 여러 사례를 읽어 보았을 때, 비슷한 증상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주변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고, 어머니께 병이라는 얘기를 조금만 꺼내도 화를 너무 내고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상담하고자 저와 언니가 병원을 방문하였으나, 당사자 본인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말만 듣고 왔습니다.
우연히 마음우체국 블로그를 보다 이 게시판을 알게 되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당장 병원 방문은 힘들겠지만 어떻게 하면 병식이 생기게 할 수 있을지, 위에 같은 망상의 말을 하였을 때 이에 대한 가족들이 해줄 수 있는 답변들이 있을까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희주입니다.
어머니가 하시는 행동이나 사고로 인해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적으신 내용만으로 판단해 볼 때는 조현병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나, 망상은 조현병뿐 아니라 우울증, 양극성 장애, 망상 장애, 치매 등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에서 관찰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라도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꼭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망상에 대한 병식이 없는 것은 매우 흔합니다. 애초에 망상적 믿음은 합리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매달리는 고정된 믿음 체계를 의미합니다. 때문에 망상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쟁하여 설득시키려는 것은 가능하면 피해야 합니다.
논쟁이 반복될수록 환자는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타인을 믿지 않고 스스로 고립되려 하거나 적대감만 키울 뿐입니다.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가족이나 친척을 만날 때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인 것과 유사합니다.
환자가 망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고 중립적으로 그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솔직히 나는 직접 본 게 아니라서 진짜인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그렇게 느낀다면 정말 힘들고 안타까울 것 같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때 망상의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환자나 느낄 불안감, 분노 등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망상이 있는 환자와 대화를 하거나 함께 지낼 때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차분하고 신중히 하면서 공감적인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망상이 있으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 타인에 대한 불안감과 적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매우 혼란스러운 내적 상태를 유지합니다. 때문에 환자의 주변인들은 환자의 이러한 불안감에 전염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와 교류할 때 차분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환자의 부족한 자아 기능을 보조해주고 자연스레 환자 역시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안정된 대화, 교류의 경험이 쌓이면 환자가 보호자를 좀 더 믿을 수 있고, 치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앞서 말한 대로 망상이 있는 환자는 불안감, 타인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치료받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설령 치료를 받기로 했어도 병원을 몇 번 다니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흔합니다. 억지로 병원에 끌고 가는 것보다는 치료를 받으려는 자발적인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망상에 대해 치료받으려고 하지 않더라도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 우울이나 불안, 과민성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 불면증이나 식욕저하 등과 같은 신체적 어려움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수월하게 치료에 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직접적으로 망상을 치료받으라고 하기보다는, 요새는 스트레스만 받아도 정신과를 간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이 같은 부수적인 증상들에 대해 치료받기를 권해보는 것이 좀 더 가능성이 있는 방법입니다.
망상이 명확하다면 약물치료가 필수적입니다. 특히나 망상과 함께 명확한 자타해의 위험성, 예를 들면 자해나 자살시도,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 기물을 부수거나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의 위험한 행동이 있다면 보호입원(강제입원)의 대상이 됩니다. 부디 잘 대처하셔서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
* * *
정신의학신문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상담 비용 50% 지원 및 검사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