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을 잘하면 우울증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대화로 풀어보는 정신건강 (5)

2020-12-05     이병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대한명상의학회 이사 ·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Q: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면 인과론적 차원 외에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좋을까요?

A: 우리는 설명되지 않으면 불안해요.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을 때 아무리 궁리하고 살펴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점점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설명을 만들어내요. 사실이 아니고 거짓이더라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돼요. 우리가 어린아이한테 뭔가 설명할 때 세상에 있는 그대로 설명하지 않잖아요? 그냥 A라서 B야, 이렇게 설명하죠.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그 수준이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그걸 알아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죠.

성장이란 보다 많은 것을 알고 다양한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거예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굉장히 불안한 위치에 있을 때는 시야가 좁아지고, 좀 더 단순하게 이해되기를 원하죠. 사람들은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설명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쉽게 누구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게 됩니다. 대개 불안을 줄여주거나 위기 상황에 있을 때 그렇게 대처하죠. 예를 들면, 9․11테러 때 알카에다가 모든 걸 뒤집어쓴 것처럼 말이에요.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부터 결과까지를 다 설명한 뒤 그들이 왜 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시키려면 너무나 복잡하고, 사람들이 그걸 다 이해할 수도 없으며, 계속 불안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냥 하나를 콕 집어서 이게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편한 거예요. 그래야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동의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요. 이런 것들이 우리 안에 있다는 걸 인정해야 돼요. 실제로 우리가 세상을 볼 때는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있기에 그 범위를 점점 더 넓혀 가면서 보는 게 맞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잘되지가 않아요.

의사들이 흔히 하는 건데요. 환자들이 우울증으로 오게 되면, 시련을 당하게 만든 대상에 대해서 같이 욕을 해주고 화도 내주고 그럽니다. 그게 바로 치료예요. 그게 논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다음에 조금 진정이 되면 자기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되고, 관계의 의미도 살펴보게 되는 거죠. 조금 더 좋아지면 혹시 문제가 나한테 있었던 건 아닌지 보게 되는 거고요. 그 사람의 상태에 따라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의 범위를 확대시키면서 현실과 다르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인과론이라는 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도움이 돼요.

학생들은 세상을 보는 폭이 넓지 않고, 대개 그런 식으로 이해해 왔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으로부터 빠져나오기가 어렵죠. 모든 게 성적으로 매겨지는 상황,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는 주변 환경, 자신이나 친구들이나 하나하나 평가하고 평가받는 상황에서는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의 사태나 현상이 원인과 결과로 분명히 연결되는 게 거의 없고, 또 행복의 조건이라는 것도 굉장히 다양하며, 여러 군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성인보다는 학생이 무기력증에 더 잘 빠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_픽셀

 

Q: 우리가 자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상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A: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마음 챙김 명상’이 나옵니다. ‘알아차림 명상’이라고도 하는데, 다른 명상법과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호흡을 조절하지 않는 거예요. 호흡을 조절하지 않고 숨이 쉬어지는 대로 쉬는 거죠.

숨은 쉬어지는 대로 쉬면 불규칙합니다. 내가 호흡을 잘 바라보고 일부러 쉬면 규칙적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규칙한 게 정상이에요. 그래서 호흡이 쉬어지는 대로 쉬면서 호흡을 바라보면, 호흡이 배로 잘 느껴지는 분들이 있고, 코끝으로 잘 느껴지는 분들이 있으며, 몸의 다른 부분으로 잘 느껴지는 분들이 있어요. 상관없어요. 그냥 내 호흡이 제일 잘 느껴지는 대로 하면 돼요.

호흡을 잘 느끼려면 당연히 몸의 힘을 빼야 되겠죠. 호흡을 하다 보면 좀 편안해지다가 졸음이 옵니다. 자는 건 괜찮아요. 자는 건 나쁘지 않지만 자는 게 목적이 아니죠. 우리가 하는 건 좀 다릅니다. 그냥 편안하게 이완하면서 생각을 비운다는 것과는 좀 달라요. 자세를 반듯이 하고, 허리를 편 다음 어깨를 넓게 하며, 척추 뼈가 위아래로 드러나는 느낌, 웅크리고 있는 게 조금 늘어나는 느낌, 이런 걸 반듯하게 해주면 좋아요. 이걸 당당한 자세, 전사 자세라고 해요.

당당한 자세를 취하고, 반가부좌를 취하는 게 좋긴 한데,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의자에 앉아서 편안한 자세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손은 편안하게 아무렇게나 놓으면 돼요. 자세든 호흡이든 내가 가장 잘 느껴질 수 있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코로 느끼든, 배로 느끼든 호흡이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걸 느끼면 되죠.

어떤 분들은 이름을 붙이면 더 잘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숨을 들이쉬면 ‘들이쉼’, 숨을 내쉬면 ‘내쉼’, 아니면 ‘올라감’, ‘내려감’ 이렇게 호흡이 끝날 때에 이름을 붙이면 조금 더 잘 느껴지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해도 좋고, 아니면 그냥 가만히 호흡을 느껴도 좋아요. 그래서 호흡을 조용히 느껴봅니다. 그렇게 호흡을 느끼다 보면 머릿속에서 자꾸만 잡생각이 나요.

 

Q: 호흡 중에 잡생각이 나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게 아닙니까?

A: 원래 다 그런 거예요. 잡생각이 나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구나.’, ‘내가 이런 잡생각을 하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나서 그 생각을 멈추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다가 또 잡생각으로 갔다가 다시 멈추고 호흡으로 돌아오고 이걸 반복하는 거죠.

내가 잡생각이 날 때는 어떤 생각인지 들여다보는 게 필요합니다. 대부분 잡생각은 세 가지 중에 하나인데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거나,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시뮬레이션하거나, 아니면 남들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관점을 상상해서 떠올리거나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예요. 그래서 세 가지 중에 어떤 건지를 살펴보고 ‘아 그런 생각이 있었구나.’하고 내려놓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이렇게 10분에서 15분 정도 하는 게 도움이 돼요. 왜냐하면 대개 10분 정도까지는 계속 다른 생각이 났다가 들어왔다 하거든요. 이 단계가 지나면 생각과 생각 사이에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게 되는 거고요. 피곤하거나 그러면 잘 안 돼요. 날에 따라서 컨디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게 뭐냐면, 이거를 할 때 잘하려고 애쓰면 안 돼요. 가장 흔한 게 ‘내가 지금 잘해야 되는데.’, ‘다른 생각이 나면 안 되는데.’, ‘호흡을 잘 느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거거든요. 그랬을 때 이걸 봐야 돼요. ‘아, 내가 이렇게 내 마음을 내려놓는 걸 하면서도 이것조차 잘하려고 애를 쓰는구나.’라는 것을 봐야 해요.

그래서 잘 안 돼도 상관없어요. ‘오늘은 잘 안 됐네.’ 잘 안 됐으면 잘 안 된 대로 좋은 거예요. 잘 됐으면 잘 된 대로 좋은 거고요. 그대로 의미가 있는 거라고 보면 돼요. 내가 잘하려고 애쓰면 잠이 와요. 내가 잡생각 안 하려고 막 집중하고, 호흡을 잘 느끼려고 더 집중하고, 이렇게 애쓰면 금방 피곤해져요. 그래서 잠이 와요. 내가 애쓰지 않고 그냥 호흡을 가만히 바라본다고 생각해야 돼요.

비유를 들면 그런 거죠. 산에 올라가서 경치를 바라보는 거예요. 산에 올라가서 경치를 바라볼 때 애쓰지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 호흡을 가만히 바라보면 돼요. 그런데 자꾸 잘하려고 애를 쓰면 정신적인 에너지가 들어가요. 그랬을 땐 내가 또 알아차리고, ‘내가 인상까지 쓰면서 이걸 잘하려고 애쓰는구나.’ 보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하는 겁니다. 그냥 편안하게 바라보게 되면 꽤 오래 해도 피곤하거나 졸린 느낌이 없습니다.

 

Q: 남자의 경우, 여유를 가지고 군 생활을 잘하면 우울증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A: 군 생활은 학교생활이랑 전혀 달라요. 이등병이냐 상병이냐 병장이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죠. 군대 가서 제일 먼저 배우는 건 이거예요. “아무 생각하지 마라.”, “먹고 자고 시키는 대로 하고, 쓸데없이 뭘 잘하려고 하거나 아이디어를 내지 마라.”, “이등병은 말하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게 중요한 거예요. 왜냐하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 그리고 뭔가 파악이 안 되고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내 몸만 챙기는 게 제일 효율적이에요. 그렇게 해서 내가 적응하게 되면 그다음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규칙을 알게 되는 거죠. 어느 게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 계속 평가하게 되는 거고요.

그러다 병장이 되면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들이 생깁니다. 시야가 넓어지는 거죠. 규칙이라는 게 공식적인 게 있고, 비공식적인 게 있잖아요? 윗사람의 기분을 맞춰야 되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하는 게 있으니까 그걸 하는 건 고난도의 일이거든요. 결국 군대에서 배우는 건 내가 열심히 잘하는 것과 실제로 일이 잘 돌아가는 건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그리고 여러 가지 것들을 알게 돼요. 사수가 똑똑하면 부사수가 덜 똑똑하고, 부사수가 똑똑하면 사수가 덜 똑똑하고 그렇죠. 내가 똑똑하면 똑똑하지 않은 사람과 일해야 돼요. 그게 규칙이에요. 그런데 그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 때문에 일이 안 된다는 둥, 이 사람이 안 도와줘서 뭐가 안 된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죠. 사회생활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것들이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것들이 군대에 가면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칙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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