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까?
마음은 전염되는가? 3부
우리 시대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까?
20세기 600만 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홀로코스트가 집단적 광기와 히스테리의 산물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히틀러가 대중 집회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고립되어 자기 혼자가 아닌가 하는 공포에 사로잡히기 쉬운 개인’을 결집시켜, 집단적 두려움과 분노를 유대인이라는 특정 민족 집단에 투사시킴으로서 독일 국민의 어려움이 남의 탓이라는 암시를 줌으로써 얻는 대중의 인기였다. 공포는 개체의 생존을 위하여 공격성을 부른다. 히틀러 자신이 ‘대중 암시’라고 불렀던 이러한 집단 히스테리 상태는 결국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20세기 인류 최대의 참사로 이어졌다. 홀로코스트는 1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어려운 독일의 경제 상황에 대한 독일 국민의 집단적 공포와 분노와 같은 ‘변연계 지각’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5년 대한민국을 할퀴고 지나간 메르스MERS의 공포를 기억하는가? 정체를 모르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대한민국 사회를 집어삼키고 마비시킬 정도의 엄청난 위력을 보였고,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했다. 초기 대처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통제 불능의 집단 히스테리 상태로 발전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SNS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불필요한 공포를 확산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터져 나오는 분노는 정치적 공격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정쟁으로 확대되는 등 집단 히스테리의 전조로 보이는 양상까지 가기도 했다. 현대의 세계는 정보의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정보의 과잉이 오히려 대중을 집단 히스테리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비단 2008년의 광우병 사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런 집단적 공포가 언제든 대중을 비합리적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노벨상 수상자이자 ‘각인’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콘라드 로렌츠는 ⌜공격성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공격성을 광범위한 자연과학적 연구를 통해 탐구하였다. 결국 그가 제시한 방법은 ‘해롭지 않은 방법으로의 공격성의 발산’ 이었다. 그래도 그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잃지 않은 것은 이러한 비이성적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알아가려는 노력, 그를 통해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다룰 수 있는 인간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비이성적 공포가 생존에 대한 방어로 인해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공포와 공격성이 변연계에 의해 지배되는 좀 더 원초적인 감정이라는 통찰을 통해 가능하다.
다행히도 인간은 발달된 전두엽 기능을 통해 변연계 지각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다. 전두엽은 변연계와 연결된 회로를 가지고 있고, 변연계와 연결된 회로를 통해 상호작용을 한다. 전두엽은 종합적 추론, 합리적 의사결정, 감정의 조절, 동기Motivation의 부여 등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전두엽도 변연계에서 지각된 엄청난 불안과 공포에는 압도당할 수 있는데 이는 변연계가 좀 더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반응 등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히면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전두엽을 통해 변연계에서 발생하는 감정 반응을 줄이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다. '인종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혹은 '모든 사람은 고귀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는 등의 도덕적 언명은 전두엽 기능의 발전을 통해 얻은 인류의 독특한 유산이다. 발전된 전두엽 기능 때문에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인류의 희망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집단이 어떤 어려움에 쳐해 있을 때 이런 공포와 분노의 원인이 편향된 정보에 의한 것은 아닌지, 비합리적인 두려움 때문에 상황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공포를 이용하는 특정 집단의 선동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적절히 감시하고, 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이 비합리적인 감정인지를 감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 있는 정보 전달의 주체가 있어야 하고 이를 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집단 이성을 실현하는 적절한 전두엽 필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신의학신문과 같은 전문가 집단의 언론은 꼭 필요한 대중 매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