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록 선수를 아십니까?
브루가다 증후군
최근 끝난 17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어린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 국민의 축구 열기는 참 대단하다. 2002년을 경험한 성인들은 그때를 가끔 기억하지 않을까? 그런데, 조금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2007년 청소년 대표팀을 기억할 것이다. 2002년 이후 가장 축구를 재밌게 하던 국가 대표팀으로. 당시 대표 선수들은 지금 성인 대표팀의 주축이 된 기성용, 이청용, 박주호 선수 등이었다. 그리고 또 한 선수, 어느 날 갑자기 경기 중 쓰러진 신영록 선수가 있었다.
신영록 선수는 해외 몇 개의 팀을 거쳐 국내 K리그 수원 그리고 제주로 이적해 선수생활을 이어나갔다. 2011년 경기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데 현장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고 곧바로 인근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원인은 이후 언론을 통해 브루가다 증후군이라는 일종의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돌연사로 밝혀지게 된다.
브루가다 증후군이란 병을 발견한 스페인 의사 브루가다 형제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심장에 전기적 자극을 전달하는 전도계의 여러 이온통로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심장의 전기적 흥분에 이상이 생겨 갑작스럽게 심실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장마비가 생기는 병이다. 유전적 성향이 있어 종종 급사의 가족력이 발견되고, 주로 건강하던 젊은 성인에 호발한다. 진단이나 검사방법은 심전도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데, 검사를 하게 되면 때때로 아주 특징적인 모습으로 이상소견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 감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기에 브루가다 증후군의 무서움이 숨어있다. 언제 어떻게 증상이 발현될지 예상이 되지 않는데다, 첫번째 증상으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100% 진단해서 치료 할 수 없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을 최선의 치료로 생각하고 있다. 심전도 검사에서 브루가다 증후군의 특징적 이상소견이 보이거나, 가까운 가족이 브루가다 증후군으로 돌연사한 경우, 반복적인 실신 또는 원인 불명의 부정맥으로 자주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내과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브루가다 증후군으로 인한 급사의 고위험군으로 판단된다면 ICD(이식형 심실제세동기)를 가슴의 피부아래에 이식해 병적 부정맥 발생 시 순식간에 전기충격을 주고 심장을 다시 제대로 뛰도록 만들어준다.
의학이 많은 부분에서 발전하고 끝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브루가다 증후군 같은 급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증상 발생 시 즉각 치료로 구해내는 2차 예방이 최선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추어보면 일반인들에게 조차 심폐소생술이 강조되는 현실, 그리고 ICD 같은 장치들의 적용은 분명 많은 환자들에게 축복과 같은 현실이다.
다행히 신영록 선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재활 중인 모습으로 지난 9월 19일 자신이 K리그에 데뷔했던 수원의 홈경기에서 시축자로서 다시 카메라에 잡혔다. 선수로 운동장에 섰을 때보다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지만 병을 이겨내고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