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대인관계 스트레스-친구들과 다시 잘 지내고 싶어요
[정신의학신문 :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전형진]
사연)
대인관계 고립으로 상담받았던 내담자입니다. 상담 후 사과하여 초중고, 대학 친구 세 명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욕심인지 학과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과거 자학으로 관계가 어려워졌는데, 밝게 지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학과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 연락하며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상담 비용 때문에 지속 여부를 고민 중입니다. 절교한 다른 친구들과 학과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과거 잘못이 많았지만, 다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조언을 구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형진입니다.
대인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나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이들을 잘 조율해서 현실관계에 무리 없이 지내도록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존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대개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현실관계에서 무리 없이 지내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스스로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고, 내면에 어떤 결함이 있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빠지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기 어려움을 느껴 소외감을 느끼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으로 다른 사람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자기 문제에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작성자분도 이 양극단의 어디쯤에서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어 오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작성자분은 본인의 어려움을 깨닫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대인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을 것 같네요. 전에 다른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면의 안정을 찾는 과정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진행된 어려움이기 때문에, 안정을 찾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 다른 친구들과 선후배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는 현실적인 기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내면의 안정을 찾게 되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면, 이러한 기대에 대해서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지키는 선에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노력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은 내가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존감이 많이 낮은 상태에서는 상처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지만, 내가 안정을 찾은 후에는 전보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현재로는 받고 있는 상담을 가능하다면 유지하는 것이 작성자분께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한번 하루에 있었던 사건들을 기록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나에게 필요한 것이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이나, 지지라면 이를 얻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연락이 끊어졌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거나, 사과하는 편지를 쓴다거나,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자기 계발서를 읽어 본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들이나 내가 했던 잘못들을 바로잡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들을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 더 나아지는 경험을 한다면 그것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질문자님께서 내면의 안정을 찾고, 대인관계로 더 이상 어려움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자님이 가지고 계신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워 제한적인 도움밖에 드리진 못했지만, 꼭 일상에 복귀하여 원하는 일을 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