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성격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

인간의 유전적 기질과 성장 환경의 조합의 수는 무한대에 가까우며, 이로 인한 개인이 가진 고유 특성, 즉 성격(personality) 또한 매우 다채롭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는 다양한 인간의 성격 특성을 범주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에 따라 성격을 측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서는 성격을 행동과 사고, 감정 변화 등에 따라 크게 세 가지의 군집으로 나누었다.

C.R.Cloninger는 심리생물학적 인성모델을 제시했는데, 기질 요인과 환경 요인에 따라 성격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기도 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처럼 간단한 지표들로 성격 특성을 분류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성격으로 묶인 이들은 특징적인 행동과 감정, 사고 패턴들을 보인다.

성격 때문에 병이 걸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지인들 사이에 농담으로 주고 받는 말이겠지만, 실제로 성격 특성과 여러 질환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음은 꽤 오랜 기간동안 밝혀져 왔다. 

 

 

♦ 성격 때문에 심장병에 걸린다? : A형 성격

김부장은 출세의 달인이다.

그는 누구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회사 내의 정치, 처세, 업무 등에 있어서 완벽을 기하는 완벽주의자이지만, 부하 직원의 실수를 전혀 용납하지 않는 무서운 상사이다. 

 

우리 주변에도 김부장이 있지 않을까? 아마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그림에 있는 정규분포 곡선의 우측 끝에 있는 이들이다. 

 

1950년대 중반에 Friedman 등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응고능력이 행동학적 특성, 즉 성격에 기초하여 차이를 보이는다는 관찰 결과에 착안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Type A personality(A형 성격 유형)라는 성격 특성을 고안해냈다.

A형 성격 유형은 조바심, 공격성, 강렬한 성취욕, 시간적 긴박감, 인정받고 싶은 욕구, 진보에 대한 욕구가 강한 특성을 가진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한 서구의 문화적 특징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Friedman의 연구 이후에도 대규모의 많은 연구들에서 A형 성격과 유사한 행동 특성을 가진 이에서 관상동맥 질환과 같은 심장병 발생 확률이 높음이 확인되었다. 

 

사진_픽셀

 

♦ '워라밸'의 삶 : B형 성격

A형 성격과 대비되는 성격이 바로 B형 성격(type B personality)이다.

그들은 여러 행동에 대한 동기 유발 수준이 낮은 편이다.

즉, 매사에 여유롭고, 조급해 하지 않는다. 소위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삶을 살아간다.

교감신경이 자주 항진되어 있는 A형 성격과는 달리, 부교감신경이 기민하게 작동하여 몸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한다.
 

 A형 성격에서 B형 성격으로

위에서 제시한 두 성격 유형에 관한 이론은 아직 의학적 정설은 아니다.

연구를 통해 병태생리 등을 밝혀나가고 있으며, 연관된 여러 요소가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성격 특성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러 질병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자신이 A형 성격에 가깝다면 이를 바꾸기 위한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바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B형 보다는 A형 성격에 가깝게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즉, A형 성격은 사회가 우리에게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흔히 오랜 기간 동안 굳어진 성격 특성은 바뀌기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는 일과 휴식의 분리, 온전한 휴식을 위한 노력, 명상-요가 등과 같은 여러 활동들을 통해 B형 성격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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