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친구가 연락을 시도 때도 없이 해요. 애는 착한데.. 진짜 착하긴 한데..'

시청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TV 프로그램에 이런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나왔다. 둘은 대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레포트 쓸 때나, 시험 공부 할 때나 항상 함께였다. 취업도 함께 준비했으나 결국 둘은 서로 다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당시까지 그 친구는 그저 착한 친구였다.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는 믿음을 주었다.

하지만 착한 친구로만 보였던 이 친구가 취업 이후부터 착하지만 귀찮은 친구가 되었다. 점심 시간에 연락이 와서 '지금 상무님이랑 점심 먹으러 중국집 왔는데 뭐 먹으면 좋을까?' 물어보고, 어느 날은 한창 바쁜 시간인 오전 9시에 전화가 와서 '지각할 거 같은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라고 물어보고,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이 왔다고 한다.

 

'엄마 나 여자친구랑 백화점 왔는데, 베이지 색 바지 사도 될까? 뚱뚱해 보이지 않나?' 성인 남자가 백화점에서 통화를 하는데, 듣기에 조금 당황스러운 대화 내용이다. 흔히 알고 있는 '마마보이'의 통화이다.

 

위의 사연의 친구와 마마보이 아들의 공통점은 의존적인 성격이다. 물론 의존의 대상은 현재 다르다. 의존적인 성격은 잘 바뀌지 않지만, 대상은 바뀔 수 있다. 버림 받지 않으려고 마음에 들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한다. 줄 수 있는 건 다 주려고 할 것이다. 불쾌하거나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것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버림 받으면 어느 기간 동안은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곧 다른 대상을 찾는다. 그들에게 의존 대상 찾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연의 친구의 경우 새로 입사한 회사의 입사 동기가 새로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마마보이의 경우 옆에 있는 여자친구가 새로운 대상이 될 수 있다. 호의적이고 순종적인 그들의 모습이 처음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렵지 않게 해준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기를 원한다. 옆에서 보기에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의존 대상이 생명줄과 같은 것이다. 의존성 성격은 어린 시절 자율성 획득 과정에서 혼란을 경험하면서 생긴다. 자율적인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처벌했을 수도 있고, 자율적인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부모가 주입했을 수도 있다.

 

오늘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뜻대로 커주기를 바라고, 중요한 일이 있으면 항상 부모에게 물어봐주었으면 한다. 또 부모의 도움으로 자식이 시행착오 없이 커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와 기대가 훗날 아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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