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많이 보면 중독된다? - 야동과 뇌과학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영화에나 나올 법 하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 차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선두주자로 가상현실 헤드셋의 상용화가 급속도로 현실화되며 VR 시장이 날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2년전 대표적인 HMD(Head Mount Display) VR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만들었던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에 약 20억 달러(한화 2조가량)에 인수합병되며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가상현실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와 함께 조명을 받는 또 다른 산업은 바로 포르노 산업이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자파리의 진 문스터 수석 연구원은 신문에서 ‘2025년 VR 포르노 시장이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비디오게임과 풋볼 경기 중계에 이어 포르노가 세 번째로 큰 VR 분야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 때문에 포르노 산업의 수익성은 현재 2005년에 비해 40% 정도 감소했다. VR 콘텐츠가 포르노 업계에 새로운 투자 자본을 끌어다 줄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보도했다.

 

그림, 사진, 흑백 동영상에서 블루레이 DVD에 이어 이제는 VR까지 포르노그래피, 속칭 야동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포르노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적 욕구와 맞닿아있는 산업인 만큼 그 수요와 공급이 끊일리가 만무하지만, 사회적 제도와 질서 유지를 위해 늘 억압 받거나 눈총을 받아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포르노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한 주장 또한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성도착증이나 기타 성범죄로 이어지는 길목에 포르노가 있다는 주장은 언제나 포르노 산업의 발목을 죄어왔다. 음란 자극에의 과다한 노출이 정신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미국의학협회 저널에 실린 독일 연구팀에서는 평균연령 28세의 건강한 남성 64명을 대상으로 음란물과 인터넷 사용 실태 조사와 함께 그들의 뇌영상촬영을 통한 뇌 MRI 영상을 수집하였다. 연구팀은 음란물을 반복하여 보는 행위가 새로운 자극에 대한 추구행위, 보상회로의 활성화 등을 통해 강화되는, 일종의 중독행위와 유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주로 약물 중독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보상회로(reward network)는 중뇌의 도파민 뉴런들과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선조체(Striatum)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약물 중독 환자들에게서는 뇌영상에서 발견되는 선조체와 전전두피질의 부피 변화가 유의함이 기존의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었다.

독일 연구팀의 실험결과, 대상들 중 포르노를 더 많이 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선조체의 회백질(Gray mater)의 부피가 유의하게 감소해 있었다. 또한 실험 대상들에게 음란물 자극을 주었을 때는 좌측 피곡(Putamen)의 영역이 성적이지 않은 자극에 비해 유의하게 활성화 되었고, 포르노를 많이 본 사람들일 수록 전전두피질의 작업 수행 연결 네트워크가 유의하게 낮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포르노를 통한 뇌의 자극과 활성화가 자주 일어날수록 뇌의 구조와 기능이 자극에 대해 하향조절(down regulation)되기 때문에 그러한 영상학적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 추측했다. 즉,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과도한 보상회로의 활성은 뇌를 그러한 강한 자극에 적응하도록 하여 더욱 강하고 더욱 새로운 성적 대상만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앞에서 언급하였던 약물 중독의 기전과 매우 흡사하다.

 

물론 독일 연구팀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어떤 정신과적 질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뇌영상학적 검사에서 나타난 어떠한 결과들이, 그들의 사회적 기능이나 성격, 잠재적 범죄성 등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실제로 2013년 Current Psychiatry에 실린 리뷰 논문에 의하면, 포르노가 실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범죄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근거가 부족함이 지적되었다. 성적 공격성과 포르노와의 관계는 인과적으로 긴밀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동음란물과 소아성폭행 사이의 유의한 정신과적 연관성 역시 결정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었다.

 

이 글을 포함하여 음란물에 대한 어떠한 비판과 비난, 규제와 처벌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음란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음란물이 성(姓)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과도한 자극을 준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하였듯, 과다한 자극은 뇌로 하여금 더더욱 큰 자극을 찾아 헤매게 하고, 적정 수준의 현실적인 자극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한다. 마치 약물을 사용할수록 더 많은 용량을, 더 강한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흑백 사진에서 블루레이로 진화해온 포르노가 가상현실(VR)의 세계로까지 차원을 넓혀 진화하도록 하는 힘의 원동력은 단순히 인간의 성적 본능과 욕구 뿐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포르노의 그 말초적인 자극성, 비현실성 자체가 중독을 통한 자가발전의 연료를 싣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르노와 성 도착증, 성범죄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을 수 있다. 포르노는 성적 욕구의 건강한 해소와 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한 성인이라면, 건전한 사회라면 포르노의 위험성 또한 잊지 말고 늘 조심하며 적정선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처 : William A. Fisher , Taylor Kohut, Lisha A. Di Gioacchino, Paul Fedoroff / Pornography, Sex Crime, and Paraphilia / Current Psychiatry Reports / June 2013, 15:362

 

Simone Kühn, PhD; Jürgen Gallinat, PhD / Brain Structure and Functional Connectivity Associated With Pornography Consumption / JAMA Psychiatry / 2014;71(7):827-834.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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