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20대 중반인데,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어떻게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학교도 안 다니니 친구 만들기가 어렵네요.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요.

그것도 몇 년간 없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A) 안녕하세요. 사연을 구체적으로 보내주시면 보내주실수록 답변도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답변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나만?

20대의 제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입니다.

외로움을 느껴보지 않은 청춘이 있을까요?

하지만 20대의 저는 ‘나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저는 20대를 나름대로 꽤 열심히 산 사람입니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했고,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공부를 했습니다.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고, 더 좋은 사람과 사랑을 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았을까요?

사진_픽셀

돌이켜보면 저의 이런 모든 행동들은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외로움’의 사전적 의미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입니다.

20대에 처음 이별을 경험한 후의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외롭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홀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살았습니다.

쓸쓸한 마음은 단순히 혼자가 된 결과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스펙을 가지고, 좋은 병원에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혼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더 많이 가지고, 더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외로움이라는 갈증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삶은 더 버거워지고 오히려 혼자라는 생각은 더 심해졌습니다.

노력은 경쟁으로,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괴로움은 커져만 갔습니다.

 

빈 곳에는 빈 곳에 맞는 적절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단지 비었다는 허전함에 아무거나 더 많이 채운다고 빈 곳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어있는 채로 무거워지기만 할 뿐입니다.

빈 곳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면 채우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말입니다.

사진_픽셀

심지어 저는 20대 때, 빈 곳에 맞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기는커녕, 빈 곳이 어디인지, 빈 곳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이 빈 곳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많은 방황 끝에 나에게 빈 곳은 홀로 되는 상황이 아니라, 쓸쓸한 ‘마음’, 즉 비어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어있는 마음은 그냥 놓아둔 채, 자꾸 옆자리만 채우려는 노력은 오히려 저의 시간과 에너지만 빼앗을 뿐이었습니다.

 

질문자님도 스스로의 마음을 한 번 되돌아보길 권해 드립니다.

정말 단지 친구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단 이 물음만이라도 고민해보고 스스로 답을 내려 보길 권해드립니다.

다음 문제는 그 질문에 답을 찾게 되면 한 번 더 문의해주세요.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