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보건복지부

 

2015년 조사한 삶의 만족도 지수는 대한민국이 5.8점으로 OECD 34개국 중 27위에 그치며 OECD 평균인 6.6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사용장애나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을 포함하여 전국민의 적어도 1/4가량은 한 번 이상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약 15%만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각각 39.25, 34.9%, 38.9%)에 비해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이에 지난 2월 25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의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신보건법상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국가 정신보건 사업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이번 발표한 정책안은 지난 2012년 발표한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 이후에 4년 만에 수립된 것이다. 12년 당시에도 일반 국민에 대한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개입 등에 대한 기틀 마련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으나 그간 종합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이번에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부, 법제처 등이 함께 참여해 새로 발표한 종합 대책에서는 WHO 권고기준에 맞춰 2020년까지 실행될 5개년 계획을 마련하였으며 그 주된 골자는 다음과 같다.

사진 보건복지부

1. 국민 정신건강 증진

-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의 인식개선

- 정신건강 문제 조기발견 및 개입

-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

 

2. 중증정신질환자 지역사회 통합

- 조기 집중치료로 만성화 방지

- 정신질환자 인권 강화, 만성환자 삶의 질 향상

 

3. 중독으로 인한 건강 저해 및 사회적 폐해 최소화

- 중독 예방 환경 조성

- 중독 조기선별과 개입체계 구축, 치료/회복 지원강화

 

4. 자살위험 없는 안전한 사회 구현

- 자살예방 환경 조성

- 맞춤형 자살예방 서비스, 정책 추진기반 강화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면서 구체적으로는 만성 정신질환자와 각종 중독질환, 자살에 대한 예방, 치료 방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종합대책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에 대한 각각의 세세한 실시 계획과 개선 방안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물론 그 분명한 실현 가능성이나 실시 이후에도 임상적 실효성 등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가적, 제도적 개편의 기미가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거시적인 변혁의 바람과 국민적 관심이 집중이 엿보인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이에 금번 발표된 종합대책들 중, 정신건강의학 임상의 현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몇몇 흥미로운 계획들을 꼽아 보았다.

사진 보건복지부

◆ 동네 의원 역량강화와 건강검진시 정신건강 검진 -> ‘마음건강 주치의’에게로...

- 심리부검 결과 자살자의 28.1%가 자살 전 복통 등 신체적 불편감이나 수면 곤란 등으로 1차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에 밝혀졌다. 이에 근거하여 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일반 의원을 통해 의원 방문시 환자들의 우울, 불안 등의 주요 정신과적 문제를 탐색하여 필요시 지역정신건강 센터로 연계를 할 수 있도록 도모할 계획이다. 또 국가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시에도 정신건강 검진을 도입하여 치료 전 환자들을 조기 발견하여 정신건강센터로 연계할 계획이다. 이렇게하여 연계된 지역사회 정신건강센터 내에는 ‘마음건강 주치의’라 칭한 정신과 전문의가 배치될 예정이다. 지역사회 보건센터에서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기 치료와 정신의료기관과의 적절한 연계를 실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 정신질환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개선

- 가칭 ‘정신질환 차별개선 TF'가 구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복지부, 법제처, 인권위, 교육부, 고용부 등이 포함된 관계부처합동 TF를 통해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차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정신질환 이력자, 당사자, 가족, 인권전문가 등이 직접 포함된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실시간으로 차별 현황을 모니터하여 그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수가체계 개선

-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막고 조기 집중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재 의료 급여 체계가 개선될 예정이다. 외래 본인 부담을 경감하고 상담 중심의 심층 치료를 활성화하며, 비급여 정신요법이나 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보험이 확대 적용할 것이라 명시했다. 또, 정신의료기관이 저가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현재의 의료급여 저수가 체계에 대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초기 입원 수가(입원 후 1-3개월) 인상률을 높여 조기 집중치료를 통해 조기 퇴원을 유도할 계획이다

 

◆ 응급 입원 활성화. 24시간 응급병상 운영.

현재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타해 위험이 클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통해 72시간 동안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는 응급 입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응급 병상 운영 병원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5년 내에, 국립병원 내 24시간 ‘응급병상’을 운영하여 급성 정신병 증상 등에 대한 응급 입원 집중 관리를 할 예정이다.

 

◆ 정신의료기관 병상 수 축소. 낮병동 확대

정신의료기관들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이 낮은 기관을 중심으로 병상 규모를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또 현재 등하교하듯 병원에서 6시간 이상 진료를 받고 당일 귀가하도록 하는 제도인 ‘낮병원’ 입원 제도를 기존보다 확대하여 입원 환자의 사회 적응 및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낮병동 수가 인상 및 6시간 이용시간 제한 규정 완화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정신요양시설, 아동 청소년 이용 제한

만성 정신병원 등으로 분류되는 정신요양시설에는 ‘의학적 치료’가 어려운 정신질환자들만으로 입소대상을 한정하고, 아동 청소년은 이용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신요양시설들의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여 결과적으로는 2018년부터 중장기적으로 정신요양시설을 ‘사회복귀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으로 기능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게 될 전망이다.

 

◆ 주류광고 제한, 알코올 이용 가능성 제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주류광고 금지 매체를 확대하고 기존의 알코올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장소 등에서의 음주 금지에 대한 정책이나 주류 판매시간 규제, 주류 마케팅 제한 및 주류 가격 정책 도입 등을 언급한 WHO 의 세계 전략 권고 이행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 중독자 전문 치료기관

중독 외래치료 활성화를 위해 정신과 중 일부를 중독치료 전문기관으로 지정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중독 전반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수행, 중독 관리통합지원 센터와 연계 여부 등을 지정 기준으로 하여 시범 운영 후 신규 수가 개설 등 확대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또한 외래 치료, 입원 등 중독 치료 이후 지역사회내 시설 (장기 거주치료재활시설, halfway house)를 지정하여 중독자 전용 사회 복귀시설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 사회안전망과 자살예방 연계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자살 위험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정부는 급여별 특성과 상대적 빈곤관점(중위소득)을 반영하여 ‘맞춤형 급여’를 실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보장수준을 현실화하고 부양의무자 완화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여 결과적으로 자살률의 감소를 이끌어낼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 관련 전 부처가 참여하는 가칭 ‘범정부 자살예방 정책 협의회’의 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였다.

 

정부에서 공개한 종합 대책에서는 앞서 언급한 큰 4가지 줄기의 목표에 대해 광범위하면서도 자세한 추진안에 대해 밝혀두었고, 이와 같은 9가지 정책은 그 중에서도 다소 흥미위주의 부분들만 추려내었으니 이 9가지가 정책의 골자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수 있다. 다만, 상기한 바와 같은 정도만이라도, 정책들이 실제로 시행되고 임상적, 사회적 실효성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현재의 국민 정신건강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항목들에 대한 실질적인 시행 가능성이나 현실성 또는 각각에 대한 찬반입장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은 아껴두었지만, 향후 지속적이고 유연한 토의와 수정이 필요해보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개선과 중증 정신질환자, 중독장애, 자살에 대한 시급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여지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한 만큼 이번 공개된 2016년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기점으로, 현재 매일 매일이 새롭게 시끄러운 안팎의 문제들로 병들어가는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에 회복의 손길이 깃들기를 기대해볼 일이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처럼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힘을 많이 얻습니다. 정성스런 상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자신에게 궁금했던 질문에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