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조현병학회 김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질환의 원인에 대하여 과거에는 주로 심리적 요인만을 따져보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많은 과학적 연구들을 통해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정신질환의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정신질환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병이 조현병입니다.

조현병의 치료에 약물 복용이 필수적인 이유도 결국 조현병이 뇌의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뇌영상을 이용해 조현병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궁극적인 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진단 기술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하였는데, 이제 첨단 의료기기의 덕택에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뇌 구조의 이상을 보기 위한 뇌영상 – CT, MRI

우선 뇌 구조의 이상을 밝히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단법으로 CT와 MRI가 있습니다.

CT는 1970년대 이후로 널리 사용되어온 컴퓨터 단층촬영 기기로 뇌의 구조적 병변을 진단하기에 적합합니다.

조현병 환자들을 CT로 촬영하여 뇌의 이상 유무를 판정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정상 소견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대체로 측뇌실의 크기가 약간 증가된 경향을 나타내는데, 이는 측뇌실을 둘러싼 뇌 실질 조직의 위축이 그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MRI (사진_픽사베이)

1990년대 이후에는 CT보다 훨씬 선명하게 뇌를 관찰하여 미세한 병변까지 찾아낼 수 있는 MRI가 뇌질환의 진단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현병의 원인 규명 및 진단법 개발을 위해 수많은 MRI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조현병에서의 뇌 구조 이상이 단지 측뇌실 크기 증가에 그치지 않고,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뇌 영역들의 위축된 소견이 조현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이상이 있다고 발표된 뇌 영역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인간의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견이 나타나는 이유는 신경세포의 감소나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인 시냅스의 감소가 주원인인데, 이는 신경발달 이상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즉, 생후 성장기에는 정상적인 뇌 발달을 보이다가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신경발달에 이상이 나타나면서 뇌 영역들이 위축이 되고, 조현병 증상도 출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조현병은 주로 사춘기나 청년기 초기에 발병합니다.

 

뇌 기능의 이상을 보기 위한 뇌영상 – PET, fMRI

많은 연구를 통해 조현병은 뇌의 구조뿐 아니라 뇌의 기능에도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뇌 기능을 진단하는 검사로 가장 대표적인 촬영법은 PET입니다. 단순 휴식 상태에서 PET로 조현병 환자들의 뇌를 촬영하게 되면, 전두엽의 혈류 혹은 대사량이 감소된 소견을 나타냅니다.

또한 전두엽 기능 검사를 시행하면서 PET를 촬영하게 되면, 조현병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전두엽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나타냅니다.

 

PET 촬영의 또 다른 활용성은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농도를 영상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현병 증상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과다와 관련된다는 점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 근거는 치료약물의 효과가 주로 도파민을 억제함으로써 나타난다는 점에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개발되어 조현병 치료에 이용되는 약물은 도파민뿐 아니라 세로토닌에도 작용을 합니다. PET를 이용하면 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뇌 수용체를 영상화할 수 있습니다.

이 검사법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은 뇌 중심부 도파민 수용체의 증가 혹은 전두엽과 측두엽의 도파민 및 세로토닌 수용체의 감소와 같은 소견을 나타냄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변화가 변연계 및 뇌 중심 구조에서의 도파민 분비 증가로 이어져 환청과 망상 같은 양성증상이 발현하고, 대뇌 피질에서의 도파민 감소로 무쾌감증과 의욕 저하 같은 음성증상이 발현하며, 불균형이 된 도파민과 세로토닌 회로의 조화 회복이 조현병의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PET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fMRI로 촬영한 사진 (사진_위키미디어공용)

최근에는 MRI를 이용해서도 PET와 비슷하게 혈류량을 측정하여 뇌기능을 평가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기술을 기능MRI 혹은 fMRI라고 합니다.

fMRI를 이용한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조현병 환자들은 기억, 주의, 언어, 판단, 감정조절 등의 정신 기능을 수행하는 동안 전두엽과 측두엽, 그리고 뇌 중심부 영역들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뇌 일부 영역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상도 공존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증상 관련 기능 항진입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에서 가장 흔한 양성 증상 중 하나가 환청인데, 환청을 듣는 동안 뇌의 변연계 부위와 청각 피질의 기능 항진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처럼 많은 뇌 영역들의 기능 저하와 기능 항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조현병이 신경망 이상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수많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신경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조현병의 핵심적 병리가 바로 이 신경망에 있기에, 어느 특정 영역의 문제로 나타나지 않고, 뇌 전반에 산재되어 나타납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신경망도 조현병에서 이상을 일으키는 여러 복잡한 신경망의 일부입니다.

조현병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것은 바로 이 신경망의 이상입니다.

“조현”은 현악기 줄의 조율을 의미하는데, 줄이 너무 당겨져 있거나 너무 헐거우면 적절한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조현병에서는 뇌 신경망이 어디는 너무 항진되어 있고, 어디는 너무 이완되어 있어 조화롭지 못한 상태입니다.

조현병의 약물치료는 이러한 신경망 부조화를 조화로 돌려놓는 데 기여를 합니다.

실제로 fMRI를 이용해 측정하여 보면 증상이 심할 때, 뇌기능 회로에 발견되던 이상 소견이 약물치료로 증상이 회복된 후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제까지 CT, MRI, PET, fMRI 등을 이용한 뇌영상 진단기술을 통해 조현병의 원인과 특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설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조현병 진단을 위해 이러한 검사를 하면 실제로 도움이 될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에 설명한 뇌영상 검사 상의 이상 소견은 워낙 미세하고 개인차가 심하여, 개개인을 따로 놓고 보면 이상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즉, 환자 집단과 정상 집단을 비교하여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모든 환자들이 공통적인 이상 소견을 나타낸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환자들을 따로 검사하여 이상 판정을 내리기가 불가능하기에, 현재 조현병의 진단을 위해 이러한 검사를 시행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뇌종양이나 기형, 혹은 다른 기질적 원인에 의해 조현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 원인 규명 차원에서 이러한 뇌영상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 조현병 진단에 뇌영상 검사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진단 목적으로 선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에는 그렇지만, 앞에서 설명하였듯 아주 많은 뇌영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향후 수십 년 내에는 뇌영상 검사가 조현병의 진단을 위해 필수적인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시기가 되면 조현병의 치료율도 현재보다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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