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현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습관’은 순우리말로 ‘버릇’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옛 속담에 ‘없어서 일곱 버릇, 있어서 마흔여덟 버릇’은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버릇이 있다는 의미로 쓰이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한 번 형성된 습관은 잘 바뀌지 않으니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지닌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은 습관이라고 하지 않는다. 습관은 살아온 문화와 환경에서 저절로 익혀지는 것들로, 개인의 삶을 엿볼 수도 있고 개인을 특징지을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와 같은 표현을 쓰게 되는데, 습관은 환경에 맞게 적응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온 만큼 몸에 배어버려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습관을 알아차리고 습관을 바꾸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평생 의식은커녕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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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와 대인관계에서 좋은 습관은 성공과 부를 누리게 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식습관, 운동습관, 흡연, 음주 습관에 따라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협심증, 뇌졸중, 폐질환, 알코올성 질환, 종양과 같은 생활 습관 병을 유발할 수도, 예방할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세에 따라 어깨, 허리, 무릎이 이상이 오기도 한다.

‘오른쪽 어깨가 안 좋아서 수술하라는데 다친 적도 없는데 왜 이런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며 오른쪽으로 무심결에 기대앉는 내담자가 있었다. 2-30년 오른쪽 어깨에 기대어 앉는 자세가 아마도 어깨 통증의 원인이 되어 수술로 이어졌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척추측만증과 허리디스크 진단이 어렵지 않다.

 

사람의 말 습관, 생각 습관은 어떨까?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말조심하라는 건지, 주문을 외우라는 건지, 자신을 세뇌시키라는 건지. 무엇보다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생각 습관은 우리에게 편안함, 만족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반면 패배감, 우울, 불안, 분노, 스트레스를 안겨줄 수도 있다.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 ‘생각하는 것이 모든 일의 첫째 원인이고 지속적으로 뭔가를 생각하면 그것이 즉시 우주로 전송된다. 생각은 그와 비슷한 파장을 끌어당겨서 몇 초 만에 당신에게 돌려보내는데, 이것이 바로 감정으로 나타난다. (중략) 기분이 좋다면 우주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당신은 지금 좋은 생각을 하고 있군.” 마찬가지로 당신이 기분이 나쁘다면, 우주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 “당신은 기분 나쁜 생각을 하고 있어.”'

 

생각은 우주의 파장을 통해 그에 걸맞은 기분을 준다는데, 우주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원리를 알면 왜 생각 습관이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뜻하고, 어떤 경험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신념이 기분, 신체 반응,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환경에서 나타나는 생각이 기분, 신체 반응, 행동과 연결되어 있고, 다섯 가지의 영역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대인관계나 기분에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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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과장님이 오늘따라 기분이 언짢은지 짜증을 낸다.

A 씨 생각: “어제 내가 낸 결재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봐. 나는 실력이 없어.”

이에 따른 기분: 불안하고 슬프다.

신체 반응: 손에서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행동: 책상에 앉아 있지만 멍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집중하지 못한다.

 

B 씨 생각: “과장님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 요즘 무슨 일이 있으신가?”

이에 따른 기분: 과장님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신체 반응: 없음.

행동: 점심은 드셨는지 챙겨드린다.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개인의 생각 습관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한 반응에 개인차가 크다. 지금까지 어떠한 내담자도 같은 이야기에 같은 생각 습관을 가지고 내원한 분이 없었다.

비슷한 범주로 분류를 할 수는 있겠지만 생각 습관이 형성된 배경이나 생각에 따르는 기분, 신체 반응, 행동은 다 달랐다.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생각 습관을 가지고 있고, 그런 습관으로 낮은 자존감, 우울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중독까지 이르게 된다.

어렸을 적에는 밝고 쾌활했는데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말처럼 쉽지 않다며, 상황이 변하지 않는데 지금의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면서 “남들도 다 그렇지 않나요?”라고 말할 때 나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며, 다양한 예를 들며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기분, 신체 반응, 행동, 그리고 상황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원리를 이해하지 않고 무턱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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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기분이 좋지 않거나 일이 꼬이면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생각 습관을 점검할 필요는 없는지 한 번쯤 고려했으면 좋겠다.

생각 습관은 순식간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습관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보다도 타인의 관찰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습관을 지적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되고 개인의 사견이나 신념을 주입하려 들어도 안 된다. 이런 경우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념이 우월하거나 더 옳다고 강요하는 경우가 될 수 있고, 이것 또한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도움을 받을 때는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상황에 대한 신념, 생각, 기분, 행동, 신체 반응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여러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 습관의 원리를 알고 꾸준하게 자신의 생각 습관을 의식하는 노력이 더해져 마음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생각 습관을 건강하게 가꾸기 수월해질 것이다.

생각이 변하여 기분이 나아지고 건강도 호전되며 행동에도 자신감과 용기가 더해진다면 상황이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된 긍정적인 환경이 누적되면 될수록 우리의 생각은 더욱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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