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민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프로바이오틱스,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까?

 

프로바이오틱스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인체에 이로운 미생물을 의도적으로 제공,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로운 미생물을 죽이는 항생제(antibiotics)의 반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먹어오던 작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새콤달콤한 유산균 발효유가 우리나라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원조격일 수도 있겠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프로바이오틱스란 이름을 걸고 다양한 제품이 나오더니 이제는 홍삼에 이어 매출액 2위의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성장하였다.

 

프로바이오틱스 광고를 보면 배변활동 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소개가 되어있는데 그중 하나는 스트레스 완화에 대한 기능이다. 또한 각종 인터넷 자료들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우울증, 불안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정신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특별히 ‘싸이코바이오틱스 (psychobiotics)’로 부르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주장들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스트레스가 많은데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도움이 될까?

이 글에서 장내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와 정신건강의 관계를 살펴보며 위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겠다.

 

사진_구글

 

장내미생물이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최근 장내미생물이 인체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장내미생물이 중추신경계의 발달과 기능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도 많으며, 이를 두고 장내미생물-장-뇌 축(microbiome-gut-brain axi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장내미생물-장-뇌 축과의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초기 뇌 발달에서 장내미생물은 신경면역계 등을 통하여 뇌발달에 영향을 주고, 초기 뇌발달의 이상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일부 학자들은 생선, 야채와 같은 건강한 음식이 우울증상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식품 자체의 효과만이 아니라, 장내미생물을 매개로 프로바이오틱스가 신경의 성장과 관련된 인자(BDNF)의 증가 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 흥미로운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장내미생물이 없이 태어난 쥐에게 이식하였더니 쥐에게서 우울증상과 같은 행동이 나타났음을 보고하였으며, 이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재현되었다.

아직 기초적인 단계이지만 조현증, 자폐장애, 퇴행성진경질환에서 장내미생물-장-뇌 축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들도 일부 보고되고 있는 중이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까?

프로바이오틱스가 정신건강이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한 연구들이 있다. 그러나 쥐를 이용한 연구들이 대부분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많지는 않다. 그중 몇몇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했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3-4주 사용한 집단이 위약군에 비해 행복감이 높고, 부정적 정서와 스트레스 정도가 낮으며, 슬픈 정서에 대한 반응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심층적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하면 스트레스에 의한 혈중 콜티졸 농도가 감소하고, 기능적 자기공명뇌영상 검사에서 부정적 정서자극의 정보처리와 관련한 신경네트워크의 반응에서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의 작용기전에 대한 논의는 아직은 가설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사진_픽사베이

 

장내미생물을 조절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을까?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방법 중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인위적으로 유익한 균을 외부에서 장으로 넣어주는 개념이라면, 이미 있는 장내 미생물이 유익한 쪽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많은 연구들이 식사의 양과 질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지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고지방/저식이섬유 식사의 영향이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골지역의 사람들은 도시지역의 사람들보다 장내미생물이 다양하다. 이는 시골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지방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대표적인 음식, 이른바 패스트푸드의 섭취가 많아질수록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이것이 면역기능, 나아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추측한다.

 

정신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것이 좋을까?

2015년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에서 당시까지 나온 연구결과들을 모아 메타분석한 연구들에서, 스트레스, 불안, 우울, 자폐장애 등 다양한 증상에 대한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를 종합했는데 결론을 낼 수 없었다. 그때까지 나온 연구들의 수나 질이 결론을 내기에 부족하고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오스트리아의 연구자들이 다시 메타분석을 시행해 본 결과 정신의학적으로 진단을 받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다소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럼 실제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가장 최근인 2018년 싱가포르와 영국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는 10개의 연구를 종합하여, 임상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하였다.  

 

종합하자면, 임상적 진단을 받을 정도의 증상이 있는 우울증 환자에게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이 분야에서 현재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므로 몇 년 후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프로바이오틱스가 약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우울감, 불안감, 스트레스의 완화에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내미생물을 건강하게 조절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하는 것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채소를 충분하게 섭취하여 장내 미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장내 환경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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