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홍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낮잠은 짧게 자는 것이 좋다?>

낮에 졸음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낮잠을 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신체의 일주기 리듬에 따라 생리적으로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졸음을 느낀다. 이때 적절한 수준으로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얼마 동안 자야 할까? 여러 연구 결과들은 10분 내외의 낮잠이 가장 적당하다고 추천한다. 한편 30분 이상은 자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노인이 30분 이상의 낮잠을 자는 경우, 특정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수명이 짧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10분 내외의 잠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수면 단계에 따른 자율신경과 뇌파 변화와 관계있다. 우리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이 든다면 비렘수면의 1단계부터 2단계, 3단계로 잠이 깊어진다. 대개 1단계 수면에서 1~2분, 2단계 수면에서 10~20분 정도 머무른다. 각 단계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 사람이 졸음을 느끼는 정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순서와 비율을 따른다. 수면 자세가 편안하고 주변에 잠을 방해하는 소음 등 다른 자극이 없다면 3단계 수면으로 진행할 것이다.

 

수면단계_그림_위키미디어 공용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이 들고 수면 상태가 깊어지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의 균형이 교감신경 우위에서 부교감신경 우위로 이동한다. 즉 신체적, 정신적으로 긴장하고 있다가 점차 이완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낮잠의 지속 시간이 길어져 3단계 수면까지 이르게 되면, 부교감신경 쪽으로 균형이 너무 많이 이동하게 된다. 즉 신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많이 이완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잠에서 깬다면 신체 근육에 힘이 없고 의욕도 없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우리가 잠들면 뇌의 상태가 변한다. 그 변화 정도를 통해서 잠이 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수면 단계를 나눈다. 잠이 들면 뇌파 주파수는 점차 느려진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이 들고 잠이 깊어지는 것은, 뇌의 각 부분들이 나름의 활동을 멈추고 하나의 큰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갑자기 깨게 된다면 뇌의 각 부분들이 자기 고유의 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기 때문에 멍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_픽사베이

 

10분 내외의 낮잠이 좋은 이유는 30분 이상의 수면이 좋지 않은 이유를 뒤집어 설명하면 된다. 즉 30분 이상 잠자게 되면 수면 단계가 3단계까지 진행하게 된다. 그 결과 부교감신경이 더 우세해져서 몸에 힘이 없고 의욕이 없게 될 것이다. 또 뇌에서 델타파가 많이 나타나는 상태까지 진행하게 되므로 잠에서 깬 후에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낮잠에서 깬 후 한 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되는 것이다.

 

10분 내외의 낮잠은 수면 단계 상 2단계까지만 머무르게 만들어, 낮 동안 심한 졸음을 줄여주어 머리를 맑게 하고 업무 효율을 높여 준다. 얼마 전 뉴욕에서 낮잠 자는 시설을 갖춘 카페가 성업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 카페의 수면 캡슐 역시 20분이 지나면 작동을 멈추고 손님을 깨운다. 바로 수면의 이런 특성에 맞게 이해하고 만든 시설이기 때문이다. 낮 동안 졸음을 느낄 때 자는 낮잠이 학습능력, 집중력, 수행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러나 졸음이 오지 않는데도 습관적으로 낮잠을 잘 필요는 없다. 특히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낮잠은 숙면의 적이다. 신체적 피로감이나 의욕 없음과 졸음은 다른 것이다. 단지 피로하기 때문에 낮잠을 청하는 것은 피로 해소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야간 수면을 방해하고 수면 부족으로 그다음 날에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한편, 5세 미만의 소아들은 정상적으로 낮잠을 잔다. 특히 3세 미만 소아의 경우에는 낮잠이 정상적인 수면의 한 부분이다. 낮잠을 충분히 자야 뇌 발달이 잘 이루어진다. 소아의 수면 시간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드는데, 대개 야간 수면 시간은 변하지 않고 낮잠이 줄어든다.

 

 

출처 :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불면증 기면증에 대한 종합보고서 (저자_신홍범 / 출판_북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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