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포커스뉴스)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안에 방치한 혐의를 받은 목사 A씨(47)가 3일 오후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를 나와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02.03 김흥구 기자 nine_kim@focus.kr

“어제 그 일은 정말 트라우마였어.”

“그건 내 인생에서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일이야.”

 

사람들의 대화에서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작게는 정말 사소한 스트레스 상황부터 크게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까지,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트라우마’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2014년 세월호 침몰, 2015년 메르스 문제, 최근의 인천 11세 여아 학대,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살해, 그리고 부천 여중생 백골 시신 사건 등 몇 년 사이에 발생한 굵직굵직한 문제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큰 혼란을 겪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더 각인된 면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트라우마가 뭔가요?” 라고 물어보면 선뜻 설명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쉽게 쓰지만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이 ‘트라우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트라우마(Trauma)는 한국말로 ‘외상’이라는 단어로 번역할 수 있다. 외상은 사전적 의미로 ‘몸의 겉에 생긴 상처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의학용어로 설명한 뜻풀이이고,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는 의미는 정신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맞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본 트라우마는 ‘실제 혹은 지각된 위협을 주는 사건을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목격하는 것’을 말한다. 좀더 쉽게 말하면 외부로부터 주어진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서 심리적 상처를 입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 깊게 알아야 할 것은 보통 스트레스 경험이 모두 트라우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보통 개인의 심리적 발달에 장기간 지속되는 손상을 입히며 신경증적인 증상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감정적 상처나 쇼크를 말한다. 그래서 보통 트라우마에 대해 설명할 때는 매우 괴롭거나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사건이나 상황으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는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개인에게 발생한 횟수에 따라 일회성 외상과 반복적 외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회성 외상은 단 한 번의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입게 되는 커다란 심리적 상처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자연재해, 살인, 폭행 등의 폭력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관계상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9.11 테러, 세월호 침몰 등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그리고 반복적 외상은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당한 학대의 경우처럼 반복적으로 주어진 충격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말한다. 보통 상습적으로 가해진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은 대인관계 관여도에 따라 인간 외적인 외상, 대인관계적 외상, 애착 외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 외적인 외상(impersonal trauma)은 지진, 태풍, 산사태, 홍수, 화산폭발과 같이 인간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재해를 말한다. 그리고 대인관계적 외상(interpersonal trauma)은 타인의 고의적 행동으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받는 것으로 전쟁, 테러, 살인, 폭력, 강간, 고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애착 외상(attachment trauma)은 부모나 양육자와 같이 정서적으로 매우 긴밀하고 의존도가 높은 관계에서 입은 심리적 상처로, 신체적 학대, 가정폭력, 정서적 학대나 방임, 성폭행과 성적 학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트라우마(Trauma)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트라우마로 인해 여러 가지 신경증적 정신장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들 수 있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 세월호 침몰, 메르스 문제 등의 큰 문제가 생기면서 이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개개인들이 이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기도 하고, 국가적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는 추후 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앞에서 보통의 스트레스 경험을 모두 트라우마의 범주에 넣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통의 스트레스 경험이라는 것의 구체적인 기준이 애매한 측면이 있다. 즉, 한 사건이 개개인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보통의 스트레스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트라우마를 이해할 때 개인적인 요인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개인적인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정신장애에 대한 유전적 혹은 체질의 취약성, 아동기의 외상적 경험, 의존성이나 정서적 불안정과 같은 성격 특성 등을 개인적 요인들로 들 수 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을 당시의 사회적 지지체계의 정도, 최근의 생활의 스트레스 정도 등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것이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즉, 내 기준에서는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 사건도,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통상적인 기준으로 볼 때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 사건으로 인해 정신과적 증상이 유발될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면 이에 대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현재의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예전에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부터 최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메르스 문제까지 우리 사회에는 트라우마로 불릴만한 큰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인천 11세 여아 학대,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살해, 그리고 부천 여중생 백골 시신 사건등의 가정폭력, 양육자의 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의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트라우마를 겪을 위험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작게는 개개인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예방부터 치료까지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